믿기지 않지만 어느새 2년 차가 되었다.
2024년은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밀도 있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련하고 산뜻한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마주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지하고 싶은 이전 해의 마음들을 톺아보고자 합니다.
올 해는 담당하는 프로덕트가 약 세 차례 바뀐 변화무쌍한 한 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처음 겪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에는 타겟 고객군의 범위가 180도 바뀌는 일이었기에 - 처음이 꽤나 막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의 막막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에는 지적 호기심의 덕이 컸는데요. 처음으로 접하는 필드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고, 유저 인터뷰와 시장 조사를 통해 나름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낯섦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또다시 신규 프로덕트를 런칭하고 키워가는, 제로투원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돌아보면 발로 뛰고, 궁리하는 시간으로 가득했던 날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을 시작하지도, 소화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connecting the dots 라는 말을 몸소 실감하는 한 해였던 것 같아요.
(현 회사에서는 크고 작은 클로징과 피봇을 경험할 기회도 많았는데요, 주니어 PM이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서는 새로운 글에서 다뤄보아도 좋겠네요 !)
2023년에는 PM으로서 나의 강점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요, 지금은 보다 명확하게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가능했던 모든 것]
위에서 말한 담당 프로덕트나 환경의 변화도 '나'를 알아가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데요 -
새로운 환경에서,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며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이 여기는지, 어떤 일을 어려워하는지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현 회사에서 6개월마다 진행되는 피어 리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동료로부터 개인의 강점과 아쉬운 점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에, 긴장되지만 내심 기다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나의 역량에 대해 뾰족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흔치 않기 때문일지 모르겠네요 -
[반복되는 스텝업]
이번 피어 리뷰에서 받았던 피드백들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강점 : 촘촘한 문제 정의, 해결 프레임 워크 /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 / 높은 지적 호기심
약점 : 비즈니스적인 관점
문제 해결 프레임워크가 강점으로 언급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뜻 깊은데요. 이는 6개월 전 진행된 피어 리뷰에서 아쉬운 점으로 언급되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프레임워크를 보다 유연하게 하고 체화하기 위해 매일 아침 전체 데이터를 확인, 해석하며 가설을 세우는 나름의 루틴을 가져왔는데요. 이번 리뷰를 통해 크고 작은 노력들의 효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가 올바른 방향과 적절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읽었던 '인생의 해상도' 라는 책에서는, 희미해지기 쉬운 인생을 선명하게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로 '겹'을 이야기합니다. 사소한 순간일지라도 여러 경험과 공부로 인생에 겹이 쌓여간다는 의미인데요.
지난 한 해는 업무 외적으로도, 나라는 사람의 '겹'을 더해갈 기회가 많았습니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여러 소모임의 덕이 컸는데요.
지난 한 해는 좋아하지만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관심에서 그쳤던 분야의 소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음악 감상, 독립 출판, 벽화 봉사, 농구 소모임이 기억에 남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깊이 좋아하기]
음악 감상과 독립 출판 소모임의 경우, 전자에 해당합니다.
하루가 끝난 후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는 회사 회의실에서, 회사 밖 음감실에서 서로의 취향과 낭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를 떠올리며 곡을 추천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이때 선물 받는 곡들은 플레이리스트에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후 쓰는 일에 관심이 많은 동료들 간 독립 출판을 위한 글을 쓰기도 했는데요. 신기하게도, 해당 소모임에는 음악 감상 소모임을 함께한 인원이 유독 많았습니다.소모임을 종료하며 저희의 글이 담긴 책을 실물로 마주했을 때는 괜히 뭉클하기도,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활자를 통해 조금 더 솔직하게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글을 통해 울고 웃었던 시간이 담겨있기 때문이려나 싶네요.
[새로운 기쁨을 찾아가기]
최근 시작한 농구 소모임에서는 땀 흘리며 코트 위를 누비고, 매번 예쁜 말로 소통하던 동료들과 함께 몸싸움을 벌이며 직장인의 일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관심만 갖고 있던 벽화봉사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는데요. 머리를 비우고 종이가 아닌 벽에 알록달록한 색을 칠하는 기분은 새로웠습니다. 가끔 정해진 선에서 삐져나오거나 다른 색을 칠하더라도 벽화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 이 또한 벽화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에 덜 망설이고, 더 용기 냈던 스스로에게.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새로운 기쁨과 취향을 알게 해 준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2024를 시작하며, 성장보다는 성숙을 목표로 하자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는데요. 덕분에 직업인으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겹을 더하며 올바르게 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한 해도 업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정의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성숙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 안녕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