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 골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에 이끌려 걸었다. 소리와 가까워질수록 바닥에 파리 시체들이 눈에 띄었다. 소리의 끝에는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의 노인들이 있었다.
나는 노인에게 물었다. 파리가 왜 이렇게 많은가요? 노인들 앞 낡은 빌라, 꼭대기 층에 혼자 살던 남자가 죽었다고 한다. 낡은 빌라에서 나온 노인이 사방에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파리떼가 바닥에 드러누워 발작했다.
빌라의 꼭대기 층을 보며 노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젊은 사람이 죽어 안타깝다고 했다. 죽은 남자의 나이는 아빠와 같았다. 안타까워하는 노인들 앞에 빌라 주민으로 보이는 노인은 살충제를 뿌리기 바빴다. 파리 때문에 못 살겠어.
남자를 뜯어먹고 태어났으면 멀리 떠나기라도 하지. 어디를 밟아도 발작하거나 죽은 파리가 있었다. 노인들은 파리를 밟으며 각자 집으로 들어갔다. 살충제를 뿌리던 노인은 집에 들어가 새로운 살충제를 다시 꺼내왔다. 얼마나 오래 파리가 들끓었길래 새로운 살충제가 또 있는 걸까.
죽은 파리들이 앓는 소리 같았다. 죽어서야 앓는 소리가 집 밖으로 나간 것이다. 주인을 잃은 앓는 소리는 소음밖에 되지 못했다.
돌아섰다. 집에 도착했다. 그동안 먹지 않던 영양제를 괜히 꺼내 먹었다. 날이 더웠다. 찬 물로 샤워를 했는데 미지근했다. 멍한 상태가 지속되면 안 될 것 같았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하나 꺼내 뒷목에 가져다 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야 좀 살아 있는 거 같아졌다. 그래도 불안했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했다. 살아있다고. 살아있다고 확인받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