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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Apr 01. 2021

버텨야 할 어느 때를 지나고 있는 것이라면

림태주 작가의 '관계의 물리학' 중 발췌

오늘도 진짜 힘든 하루였습니다. 정말 길어도 너무 기이이인~ 하루. 평소에는 부족하다고 느낀 하루의 시간들이 고무줄마냥 늘어져 초침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 더는 사무실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습니다.


'터벅 터벅 터벅'

기분 좋아야 할 퇴근길이 다친 마음과 상한 감정으로 인해 자꾸만 땅을 파고 들어갑니다. 발걸음마저 무겁게 느껴집니다.


낮아지는 자존감, 분명 내가 잘못한 것 같지는 않은데 늘 혼나야만 하는, 속상한 마음이 쓰디쓴 신물이 되어 마음을 덮습니다.


"하..." 깊게 들이 쉰 은 한숨이 되어 덥지 않은 공기를 뜨겁게 데웁니다.


'버텨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마음을 긁는 모진 말에 굳게 잡았던 마음이 실타래 풀리듯 주르륵 풀려버립니다.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누군가는 그렇게 버티는 삶에 대해 쉽고 간결하게 얘기하곤 합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식도 코인도 인생도 분명 '존버'하면 좋은 날이 오겠죠.


그렇지만 그런 말들이 안간힘을 써가며 버티고 있는 제 삶에 크게 위로가 되진 않습니다.


팩트를 담고 있으나 깊은 이해는 담고 있지는 않은, 말의 무게로 따지면 1g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무심한 말. 나도 누군가에게 무심코 그런 '무성의'한 말을 지진 않았는지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버티는 삶, 그 자체만으로는 어떤 큰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이 버티기만 해야 하는 그런... 방어적인  삶이라면 그 어느 누가 의욕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버티는 것 다음에 찾아올 시간들, 목표하고 원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가꿔내고 눈으로 마주하는 삶. 그런 것들을 바라보고 견디는 것이죠.


사실 그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두컴컴한 암흑과 같고 뿌연 안개 같이 느껴질 때. 우리는 '버티기'를 포기하고 멈추게 됩니다. 


나약하고 힘이 들어서 고된 일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서 버티다 보면 찾아올 열매를 확신하지 못해서. 그래서 더는 견디지 못하는 겁니다.


그렇게 괴로운 하루를 보낸 게 림태주 작가의 '버티는 삶' 떠올랐습니다.

림태주 작가의 '관계의 물리학'에서 발췌
인생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 가운데 버텨야 할 어느 때를 담담하게 버티는 것


몇 개월 전 읽었던 책의 이 구절이 마음속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시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담담하게' 버티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인생의 버텨야 할 어느 때를 버티고 있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제야 덥지도 차지도 않던 시원한 저녁 바람이 느껴집니다.  이 '내음'을 좋아합니다. 꽃내음, 풀내음, 퇴근길 내음.


이 모든 내음을 만끽하기 위해 '스으읍' 깊게 숨을 들이쉽니다.


풀려버린 실타래 끝을 주워 연약해져 버린 마음이란 녀석에 돌돌돌 감습니다. 나의 이 버팀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스스로에게 다독이면서 말이죠.


오늘도 그랬듯, 내일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내일은 조금 더 '담담하게' 버텼으면 좋겠네요.


버티는 삶을 견뎌내고 살아내고 있는 모두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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