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의개미 Jan 29. 2021

질문은 어려워

남자친구 있어? 이런 질문이 무례하다고 배웠다.

별명을 말하면 이름이냐 묻고, 이름을 말하면 성을 물어보고, 몇 살이냐 묻고, 학교는 어디 나왔는지 직장은 어디 다니는지 월급은 얼만지 묻는 그런 질문들이 참 구리다고 생각했다.

성별이분법에 맞지 않는 외모를 하고 있으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판단하려 구석구석 훑어보는 어떤 이들의 궁금증도 참 싸구려 같다고 생각했고,

채식 한다고 하면 왜 하냐고 묻는, 똑같이 돌아오는 질문이 지겨웠다.

내게 질문이란 쿨하지 못하고, 무례하고, 충동적인 것이어서 시의적절한 데에 배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나는 어차피 잘 못하니 그냥 입 다물고 잘 묻지 않는다.

근데 그러다 기자가 됐다.


기자를 질문하는 직업이라고, 기자라면 질문을 잘 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는 묻는 게 더욱 무서워졌다.

질문 하나 잘 못 했다간 내가 예전에 질문 하나로 판단했던 사람들처럼, 구린 인간이 될 거 같아서.

가뜩이나 구린데, 심지어 기자야? ‘구린 기자’는 정말 참을 수 없다. 그건 구림 더하기 구림 같은 거니까.


인터뷰나 사람을 만나는 취재를 앞두면 손에 땀이 난다.

난 왜 이렇게 무서운 게 많을까.


그래도 묻기로 한다. 왜냐면 일이니까. 농담이고.

난 누가 내게 안부를 묻지 않으면 잘 살 수 없으니까.

질문이 나쁜 것만은 아닐 때가 분명히 있으니까.

나쁜 질문이 있다는 걸 알고, 좋은 질문을 고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즘 너무 헤매서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하나도 끝까지  비우는, 꾸준함이 부족한 성격이지만 여기저기서 에너지를 받았으니까. 부족할 때마다 징징대면 되겠지.

작가의 이전글 지난 일주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