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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Nov 16. 2023

왜 써야 하나요

저도 모르겠어요



팔다리가 저리다. 몸살이 낫나.

아이에게 “유튜브의 날”을 선물하고

아이 뒤 소파에 드러누워 잠을 청한다.

몸이 안 좋은 것인지 피곤한 것인지, 잠에서 깨어지지가 않는다. 기분 나쁜 꿈을 꾸었던 것도 같다. 아이의 방문 교사가 오후 5시에 오신다고 했는데, 5시가 가까워진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기운이 없다.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


배달음식을 시켜 아이와 겨우겨우 나눠먹고,

싱크대에 모두 던져놓는다.

그때그때 정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아픈 것도 아닌데 움직일 기운이 없다.


아 글은 언제 쓰지?

11월 한 달간은 매일 쓰자고 마음먹었었다. 내게 다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것 같으므로, 지금 이때 하고 싶은걸 실컷 해보자고. 내가 하자고 한 짓인데, 이것마저 귀찮다. 매사 모든 게 귀찮은 순간이다.


처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기억이 안 날 만큼 오래전.

보자. 내가 썼던 소설이 어디에 있더라.

문유석 판사처럼 일도 하면서,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써서 판권이 팔리는 꿈을 꾸었더랬다.

그러나 일상은 소설 공모일도 모르겠고, 시나리오 공모일도 모르겠고, 허겁지겁 허둥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브런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돈을 쓰라고 했던가. 수강료를 내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겨우 시작은 했는데, 6주 과정의 이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유지는 어떻게 하지? 지금까지는 같이 글 쓰는 동기들의 좋아요와 응원덕에 썼다. 이게 끝나면? 무슨 재미로 쓰지? 새삼 꾸준히 글을 쓰시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나 살자고 시작했던 글쓰기였다.

인생 전반전의 끝에 서있었다.

직장도, 결혼도, 출산도, 인생의 모든 선택을 다 했는데, 인생이 내게 자꾸 또 다른 선택을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내게 선택 따위는 없을 거 같았는데, 방향도 없고 선택지도 없는 문제에 직면한 느낌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자꾸 등은 떠밀리고 있고, 밀려 밀려 가긴 가고 있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그래서 시작한 글쓰기다. 나를 찾기 위해.

누군가 봐주지 않더라도 나만의 글, 나만의 작품을 차곡차곡 쌓아가보자고. 그래서 먼 훗날, 내가 눈감는 그날, 지금 오늘을 아쉬워하지는 말자고.


이 글은 나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지금 나와 같이 방황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다.


그대. 오늘 하루 잘 살았어요. 그리고 오늘 하루 잘 써냈어요. 그러니 좋아요가 없어도, 조회수가 없어도 오늘 하루는 잘 산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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