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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브랜드를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화려한 마케팅이 아니라, 지루할 만큼 일관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수십 년째 “Just Do It”이고, 애플은 여전히 “단순함”을 판다. 그게 비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이 글은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기 위해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의 창업자나 마케터들은 자신 있게 답한다. “우리는 프리미엄입니다”, “우리는 친환경입니다”, “우리는 젊고 트렌디합니다.” 그런데 그 정체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위기의 순간에 판가름 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많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살아남기 위해 저가 라인을 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그 선택이 브랜드의 근간을 흔들었다. 소비자들은 기억한다. “저 브랜드, 한때 할인 코너에 있었잖아.” 한번 허물어진 프리미엄의 이미지는 되살리는 데 돈도, 시간도 몇 배가 든다.
반대 사례도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한 지방 양조장은 공장이 절반 파손됐음에도 “품질 기준 이하의 술은 한 병도 내보내지 않겠다”며 그해 출하량을 대폭 줄였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그 결정 이후, 그 양조장의 술은 ‘신뢰의 상징’이 됐고, 지금도 일본 전역에서 프리미엄으로 팔린다. 위기 때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곧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많은 브랜드가 고객 유지율을 높이려다 팬을 잃는 실수를 한다. 고객 유지는 불편함을 제거하는 일이지만, 팬을 만드는 것은 감동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 둘은 방향이 다르다.
한 국내 스니커즈 브랜드 이야기를 해보자.
초창기에 그 브랜드는 신발 한 켤레를 팔면서 손으로 쓴 감사 카드를 동봉했다. 하루에 열 켤레 팔 때는 가능한 일이었다. 하루에 천 켤레를 팔게 되자 카드는 인쇄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팬들이 사라졌다. 매출은 오히려 더 올라갔는데도. 팬들이 원했던 건 신발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나를 알아본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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