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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Jul 03. 2023

청소

청소 중에 국룰. 작은 상자를 열어 추억여행을 할 것.

청소 중에 국룰. 작은 상자를 열어 추억여행을 할 것. 달그락 거리며 열리는 철제 쿠키상자 안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다. 스티커, 사진, 편지, 핸드폰 고리 같은 것들. 잠시 만지작거리며 이건 이때고 저건 그때 가지고 있던 거였지. 중얼거린다.



나는 어릴 때 소유욕이 강한 편이었다. 그런 주제에 자꾸 뺏겨버려서 울며 집에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혹은 뺏겨 버릇하니 없던 것도 지키고 싶어 졌는지도 모른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잘라내는 것이 인생이라지. 작은 상자를 더 열어볼 것 같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환갑이 돼서도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버리는 게 지금이라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아꼈던 것들을 분리수거 박스에 던져 넣는다. 미련을 너무 오래 남겨두었다.



오래된 물건과 관계가 가지는 의미는 증명 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과연 누구에게 설명을 할까. 할 필요는 있을까. 나는 내가 살아온 증거를 없앤다.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구태여 복기하지 않기로 했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을 테니까.



저번엔 호랑이를 버렸고, 그전엔 뱀을 버렸다. 언젠가 소중했고, 아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었다. '아낌'은 살아있어서 자꾸만 변한다. 공을 들이는 것이 아낌인지, 자주 곁에 머무르는 것이 아낌인지 나는 모른다. 그저 아꼈구나, 또 변했구나. 지나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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