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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파 Aug 25. 2021

세 개의 선한 마음

[끼니 파트Ⅲ #5] 뜻하지 않은 반찬 투쟁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여름방학 때 학비를 버느라 2학기 등록이 조금 늦어졌다. 2학기는 보통 8월 말에 개강하는데 나는 9월 중순쯤에야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걱정하던 친구들이 내 주위에 모여들었다. 고마웠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침을 늦게 먹었고 교수님과 면담도 잡혀 있는 상태라 점심을 먹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날 기다려 준 친구들에게 한턱 쏘고 싶었다. 알바 마치고 돈을 챙긴 상태였기에 여유도 있었다.     


 괜찮다고 거절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제2학생식당으로 갔다. 카페테리아식이어서 반찬을 종류별로 계산하는 곳이었다. 탕수육, 장조림, 해파리냉채, 동태조림 등 맛있는 반찬이 많았다. 친구들은 비싼 반찬 대신 싼 채소류만 골랐다. 착한 녀석들이라 내 주머니사정을 생각해 준 것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비싼 반찬을 집어 들었다.     


 “야, 탕수육 하나 골라.”

 “됐어. 이것만 먹어도 돼.”

 “그럼 소시지라도.”

 “됐다니까. 그냥 내려놔.”     

 

친구들이 나를 강하게 제지했다. 그리고 창가에 가서 앉았다. 나는 반찬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 아주머니의 표정이 약간 이상했다. 뭔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학생, 괜찮아?”

 “네?”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

 “친구들이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무슨... 말씀이시죠?”

 “학생은 탕수육이랑 소시지 먹고 싶은데, 친구들이 고집부려서 못 먹는 거잖아. 그치?”

 “네에?”     


 아주머니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다. 세 개의 선한 마음이 이상하게 얽히며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친구들에게 좋은 반찬을 사주려던 나, 돈 아끼라며 만류한 친구들, 그런 모습을 오해해 내 편을 들어준 카운터 아주머니....     



 묘한 상황이었다. 뭐, 살다 보면 의도와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기도 하니까. 아주머니께 그냥 돈을 건넸다. 뭐라고 길게 해명하기도 번거로웠다. 계산 끝났다는 신호가 떨어지자 친구들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 아주머니가 ‘어? 쟤는 왜 안 먹고 나가지?’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주머니께 피식 미소를 선물한 후 교수님 연구실로 향했다. 아마 오해는 풀리셨으리라.


 정겨운 카운터 아주머니, 맑고 착했던 친구들, 푸르렀던 젊음....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황량했던 내 인생에서 그런 행복했던 시절이 짧게라도 있었음에 감사한다. 아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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