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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파 Sep 28. 2021

초밥 뷔페에서 만난 엽기 커플

[끼니 파트Ⅲ #7] 왜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내 몫인가

 회전초밥 뷔페집에서 엉뚱한 중년 커플을 본 적이 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바에 앉아 눈앞에서 돌아가는 초밥을 골라 먹고 있었다.     


 다섯 접시쯤 먹었을 무렵이었다. 쩔그렁, 문이 열리며 40대 남자 손님이 들어왔다. 종업원이 그를 내 옆자리로 안내했다. 남자는 앉자마자 간장 접시 두 개를 꺼내 세팅했다. 한 명이 더 오기로 한 모양이었다. 얼마 뒤 내 앞으로 생새우 초밥이 지나갔다.



 집을까말까 망설이는 사이 남자가 덥석 집어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남자는 오물오물 초밥을 씹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멈칫하며 주방장에게 물었다.      


 “여기... 뷔페인가요?”     


 주방장이 “맞습니다”라고 하자 남자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입구에 ‘회전초밥 뷔페’라고 분명히 쓰여 있는데 못 읽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이미 한 접시 집어먹었으니 나가려도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몇 분 후 다시 쩔그렁, 소리가 났다. 이번엔 중년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가 남자 옆에 앉았다. 부부 같지는 않았다. 어쨌든 커플이었다. 젓가락을 집어 들던 여자에게 남자가 뷔페라고 알려주었다.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주방장에게 물었다.      


 “여기, 접시당 계산하는 곳 아닌가요? 예전엔 그랬는데....”

 “저희가 인수한 후엔 뷔페로 바꿨습니다.”

 “언제 인수하셨는데요?”

 “꽤 됐습니다.”

 “아... 그냥 가볍게 먹고 가려고 했는데....”     


 여자가 난처해했다. 그들의 애초 계획은 초밥집에서 간단히 몇 접시 먹고 다른 곳에서 한잔하려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뷔페라서 차질이 생겼다. 마음껏 먹을 수야 있지만 인당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결국, 여자가 안 먹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자는 이미 먹고 있던 상황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남자가 어정쩡한 표정으로 "그...그냥 자기도 먹자"고 권유했으나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묘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중년 커플이 초밥뷔페집에 와서 남자만 먹고 여자는 뒤에 서 있는....



 돈이 아까운 건 알겠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여자가 서 있는 모습도 애매했다. 아예 대기 좌석에 앉아서 기다리든지 아니면 밖에 나가 있든지 하면 좋으련만, 굳이 남자 뒤에 서서 멀뚱멀뚱 있었다. 나는 애써 못 본 척하며 초밥에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여자 때문이었다.     


- 자기, 광어초밥 먹어봐.

- 이번엔 연어초밥 먹어봐.

- 에이, 왜 그걸 집어! 비싼 거로 먹어야지.     


 뒤에서 계속 참견을 했다. ‘사랑의 간섭’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결코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하도 복작거리니 나는 입맛이 떨어져 초밥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연인끼리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불편함과는 상관없이 남자는 여자가 시키는 대로 했다. 광어초밥과 연어초밥을 먹었고 싼 초밥 대신 비싼 초밥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했으면 그나마 이해할 수도 있었다. 남자도 여자와 비슷한 부류였다.  

    

 “아, 해봐. 자기도 한입 먹어봐.”     


 초밥을 집어 뒤의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망설임 없이 아, 하면서 초밥을 받아먹었다.


 ‘저래도 되나....’     


 완전히 선을 넘었다. 나는 슬쩍 주방장을 보았다. 주방장은 일단 못 본 척하며 계속 초밥을 만들었다.      


 “와, 맛있다.”     



 여자가 초밥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러더니 손짓으로 참치를 가리켰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참치초밥을 집어 여자 입에 들이밀었다. 여자가 다시 입을 벌렸다. 그때,      


 “손님, 그러시면 안 돼요! 드시려면 돈을 내셔야 합니다.”     


 보다 못한 주방장이 제지에 나섰다. 여자는 기어이 참치초밥을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며 변명을 했다.      


 “음식이 상했을까 봐 잠깐 맛 좀 본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주방장이 어이없어했다. 초밥집에서 상한 음식을 팔 리가 있나. 이후 여자는 초밥을 입에 넣지 못했다. 남자는 본전을 뽑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먹었다. 나는 몇 접시 더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어이없음이 몰려왔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왜 저럴까 싶었다. 처음엔 여자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남자도 똑같았다. 하긴 비슷한 사람들이니 만났을 테지만... 괜스레 내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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