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마늘파 Oct 02. 2021

손님은 바보가 아니다

[끼니 파트Ⅲ #8] 우린 가끔 잊곤 한다 다들 나만큼은 똑똑하다는 걸

 몇 년 전 일이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치기 전, 자영업자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나가기 전....


 집 근처에 순댓국집이 생겼다. 꽤 맛있는 집이었다. 걸쭉하고 맵싸한 국물에 부추와 깻잎이 들어있어 감자탕 맛이 났다. 서비스도 좋았다. 순댓국 일반을 시켜도 머리고기를 몇 점 잘라 따로 내주었다. 국밥 속 내용물도 푸짐한 편이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5500원. 주변시세보다 저렴했다. 싸고 맛있으니 사람이 몰렸다. 나도 자주 갔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식당에 변화가 생겼다. 순댓국 가격이 1000원 올라 6500원이 되었다. 아쉬웠지만 이해했다. 인건비도 오르고 재료비도 오르는데 계속 싼 가격을 유지할 순 없었을 거다. 가격 인상 후 약간 손님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큰 타격은 없어 보였다. 맛은 여전히 괜찮았고 가격도 주변보다 500원 정도 쌌으니까.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가게에 이상한 문구가 붙었다.      


 - 오로지 국밥의 맛으로만 승부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게 무슨 의미지? 순댓국집이 맛으로 승부하지 그럼 뭐로 승부한단 말인가. 잠시 후 이유를 알게 됐다. 국밥을 시키니 서비스로 주던 머리고기를 더는 내놓지 않았다.     


 ‘아하, 그래서 순댓국의 맛으로만 승부하겠다고 했구나....’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 가게의 파국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예상처럼 손님은 점차 줄어들었다. 수심이 가득하던 주인장은 무리수를 뒀다. 부족한 매출액을 메우기 위해 또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500원 올려 7000원, 이젠 가격경쟁력도 없어졌다.


 그런대로 맛은 있는 집이었기에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급속히 파국으로 치닫진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몰리던 초반과는 달리 겨우 현상유지나 하는 식당으로 전락해 버렸다.  싸고 서비스 좋았던 기조를 계속 유지했다면 지역 맛집으로 뿌리를 내릴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 지역을 이미 떠났으니..


 어쨌든 손님은 바보가 아니다.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서비스에도 민감하다. 약간만 달라져도 곧바로 알아낸다. 그게 손님이다.      


 ‘설마 주인이 그걸 몰랐을까?’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몰랐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기본 상식도 모르고 장사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오는 무개념 사장들을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마추어처럼 운영하면서도 ‘내가 하면 괜찮아’ ‘나는 달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점포를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일을 할 때 느꼈던 건데, 으슥하고 후미진 상가에 <임대합니다> 팻말이 붙어 있으면 참으로 난감하다. ‘도대체 어떤 바보가 저런 자리에서 장사를 할까?’ 싶어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렇게 외진 곳에도 틀림없이 임자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체 왜?     


 자신만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신만은 이런 외진 터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 음식은 특별하고 내 기술은 남다르니 경쟁력이 있다고 우기지만 세상엔 날고 기는 음식점이 쌔고 쌨다. 결국, 외진 곳에 문을 연 가게는 몇 달 후 틀림없이 망해 나간다.

     

 객관성을 잃고 자만하는 순간 모든 건 한방에 날아간다. 세상은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기에. 

이전 07화 초밥 뷔페에서 만난 엽기 커플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끼니를 추억하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