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마늘파 Oct 18. 2021

시골은 선(善), 도시는 악(惡)

[끼니 파트Ⅲ #10] 시골인심이니까 그렇게 퍼담아 줬던 것?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건 그냥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시골이 좋다 나쁘다, 도시가 나쁘다 좋다, 를 객관적으로 논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그럼 시작합니다.      



 은행에서 잡지를 읽다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귀촌 인구 중 텃새를 이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비합리적인 마을 운영, 발전기금 및 금품 요구, 각종 참견과 오지랖 등 도시에서는 접하기 힘든 일들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했다. 기사를 읽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그리고 느닷없이 소라찜이 생각났다(소라찜과 관련한 이야기는 뒤에 하겠다).       


 내가 어렸을 때 농어촌은 선(善)이었다. 맑은 자연환경, 땀 흘리는 정직한 노동, 순박한 사람들로 대표되는 선한 이미지였다. 반면 도시는 악(惡)이었다. 삭막한 빌딩 숲, 복잡한 시스템, 얌체 같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야박한 이미지였다.     


 물론 대놓고 시골은 선, 도시는 악이라고 배우진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러했다. 전원일기는 언제나 해피엔딩이었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도시 생활에 희생당한 불쌍한 시골 소녀였다. ‘시골쥐와 서울쥐’ 우화에서도 시골쥐는 좋은 쪽, 서울쥐는 나쁜 쪽이었다.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그렇기에 도시가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빌딩과 아스팔트가 편하다는 말을 대외적으로 하긴 어려웠다. 뭔가 나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서였다.      


 시골의 순박함에 뒤통수를 맞은 건 초등학생 때였다. 어느 여름날 우리 가족은 서해의 어떤 섬에 놀러 갔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다가 몇 시간 후 배를 타고 나오는 코스였다.


 섬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물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 무렵 다시 뭍으로 나가기 위해 배를 기다렸다. 부둣가는 북적북적했다. 떠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섬사람들이 노점판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엄마랑 노점상 물건들을 구경했다. 해삼, 조개, 멍게 등 각종 해산물이 있었다. 조금 외진 곳에선 한 아줌마가 소라를 팔고 있었다. 유독 그곳에 손님이 많았다. 도심에 비해 훨씬 싸다고 했다. 엄마도 그곳에서 소라를 샀다. “좀 더 주세요”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막 퍼 담아 주었다.


 ‘아, 역시....’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푸짐한 소라 봉지를 들고 배에 올랐다.

      

 ‘집에 가면 맛있는 소라찜을 먹을 수 있겠구나....’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어릴 때도 해산물을 좋아했다. 쫄깃한 소라를 상큼한 초고추장에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 으흇!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뿌우우!     


 출발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났다. 승객들이 손을 흔들기 위해 난간 쪽으로 나왔다. 우리 가족도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노점상 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상한 소라를 팔면 어떡해요! 이 아줌마 사람 잡겠네.”     


 아까 우리가 소라를 구매한 그 노점상이었다. 상한 소라를 산 사람이 배에 오르는 걸 포기하고 아줌마에게 따지고 있었다. 노점상에서 막 퍼준 이유가 있었다. 배 타고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재고 처리를 한 것이었다. 황급히 옆을 보니 엄마의 얼굴이 사색이었다.      


 “아휴, 어떡해. 이걸....”     



 엄마가 잔뜩 산 소라를 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배 여기저기서 엄마랑 비슷하게 발을 구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미 배는 출발한 상태였다. 순박한 게 아니라 영악한 섬마을 아줌마였다.     


 물론 그 사건 하나로 전체 어촌 사람의 인성을 평가할 순 없을 것이다. 순박하고 좋은 분도 많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사건은 시골 인심이 결코 후덕하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했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귀촌 기사를 계기로 나는 다시 생각해 본다.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     


 어느 환경이 더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순 없을 듯하다. 그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만 있을 뿐.     

이전 09화 소문의 위력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끼니를 추억하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