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말랭 Oct 14. 2023

어른이 되어가는 게 좋은데 싫다.



길을 걷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 감정의 동요가 어디서부터 오는지 확실히 아는 지금이 좋다고. 어떻게 알게 되었나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성인이 갓 된 어린 시절, 어른이라고 불리지만 어른이 아닌 그 애매한 나이에는 감정에서도, 내 위치에서도 헤매고 헤매었더랬지. 많이 헤매었다. 내 감정 하나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심도 없었고,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던 그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참 순수했고 순진했구나 생각이 들며 어쩌면 지금이 훨씬 나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도 있고,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명확이 아니까. 어떤 것으로부터 헤매지 않는 것이다. 오늘따라 비가 쏟아졌다 말았다 하는 이 멜랑콜리한 날씨로부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는 그때가 좋았나, 지금이 좋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여러 가지 면에서 성숙한 지금이 훨씬 좋다고 빠르게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난 아직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걸. 남들이 보면 네가 이런 면이 있구나 할 만큼 깜짝 놀란 만큼 짓궂고 순수한 면도 많은데. 내 내면 아이는 아직도 대학생  어딘가 쯔음인데 어른인 척하려니 그게 좀 버겁다. 하지만 뭐 날 지킬 줄 아는 힘도 생겼고, 스스로를 챙길 줄 아는 책임감도 생겼으며, 망해도 내가 망하고, 잘 돼도 내가 잘 되는 혼자만의 내가 좋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지만 내 마음 한 구석만큼은 어린이로 남고 싶다. 내 마음 한 구석 그 자리는 꼭 지켜야겠다 다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열 가지 중에 한 가지는 안 좋을 수도 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