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한 설레임
책을 읽는 순간보다 서점에 가서 책 고르는 순간을 더 좋아한다.
책을 읽는 순간보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제목들만 읽는 순간을 더 좋아한다.
책을 읽는 순간보다 책을 사서 종이 가방에 담는 순간을 더 좋아한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깨어나도, 나는 역시 책보다는 서점을 더 좋아했다. 더 와닿는다고나 할까.
카페도 마찬가지다. 주말 오후에 만날 사람도 없고, 집에 있자니 심심하면 나는 책 한 권과 함께 길을 나선다. 연둣빛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리에, 2~3층짜리 카페에 가서 앉으면 유리창 밖으로 바람이 보인다. 살며시 흔들리는 나뭇잎 아래에서 책을 읽으면 그만한 행복이 없었다.
‘감성’에 젖어있다 보니, 서점이나 카페에 갈 수 없는 날이나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꼭 그런 순간들을 상상하곤 했다. 식탁에 앉아 ‘토독토독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유튜브를 틀어놓고 얼그레이티를 마시며 우아하게 책을 읽는 식이다. 혹은 여느 20대가 그렇듯 ‘같이 독서해요’ 영상을 보기도 하고, ‘이 책 꼭 읽어보세요’ 소개 영상을 보며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는 추천 영상에 독서 관련 영상들을 띄워주었다. 어느 날은 독서 노트에 대한 이미지를 보았는데, 참 매력적인 이 영상에 듬뿍 빠져 새벽이 다 되도록 독서 노트와 관련된 것들을 마구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날이 밝자마자 교보문고의 핫트랙스를 가서 공책을 하나 구입했다.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는데,
‘뒷비침이 심하지 않은 노트’
‘180도로 펼쳐지는 노트’
‘모눈이 그려진 노트’
‘많이 비싸지 않은 노트’ 여야만 했다.
나도 참 대단한 것이,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있는 모든 노트를 3시간가량 다 살펴보았다. 마침내 데려온 나의 독서노트는 <wavydays>라는 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