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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인 folin Jun 19. 2019

퇴근 후 '딴 짓'이 삶을 이끌어준다

카카오 기획자 출신 록담이 이야기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직장인은 누구나 존재론적 고민을 한다. 나는 이 회사에서 무엇인가. 회사를 위해 하는 이 일은 정말 내 일인가. 올해 3월까지 카카오에서 기획자로 일했던 백영선씨가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를 시작한 건 이런 존재론적 고민 때문이었다. 나는 무엇이며,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가.   


  

미국에선 ‘사이드 허슬(Side Hustle)’이라고도 부르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부업’이라고 한국어로 옮기면 그 의미가 제대로 살지 않는다. 생계 때문에 추가로 돈벌 궁리를 하는 게 아니어서다. 보통은 자신이 진짜 열정을 느끼는 대상을 찾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벌인다. 그리고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진로를 옮길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한국어로는 ‘딴짓’이 가장 무난하게 어울리는 단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록담’이라는 필명으로 더 알려진 백영선 씨(이하 록담)는 이런 ‘사이드 프로젝트’ 매니아다. 주로 느슨한 연결을 도모하는 커뮤니티가 그가 벌이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지난 4년 동안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참여한 인원만 600명이 넘는다. 콘텐츠 업계에선 꽤 알려진 '낯선대학', '리뷰빙자리뷰', '개인의시대 컨퍼런스' 등이다. 연결과 콘텐츠를 쉼없이 확장해 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록담'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백영선씨는 지난 4년 동안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벌여 600여명을 커뮤니티로 엮었다. [사진 백영선]




록담이 퇴근 후 얼마나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 아는 이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안 힘드세요?”이고, 그리고 뒤따르는 질문은 “회사에선 안 싫어해요?”다. 이 두 가지 질문에 그는 “아니요” 라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직장 생활을 15년 정도 했다. 스스로의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처음엔 단순했다. ‘문화 마케터’로 경력을 시작했고, 한동안 수요가 많았다. 공연ㆍ축제 기획을 하다가 Daum에서 문화 마케팅을 맡게 됐다. 2030세대와 브랜드가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좋은 문화 행사와 제휴하는게 미션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문화 마케팅보다 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뭘까’ 라는 질문이 커지면서 내 일이 흔들렸다. 결국 2013년에 마케팅팀을 나와 다양한 일을 맡았지만 ‘내 일이다’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시작한 게 사이드 프로젝트다.  



Q. 사이드 프로젝트로 어떤 돌파구를 찾게 된 건가.  


30대 초반에 예술경영 대학원을 다니며 업계 네트워크를 쌓은 것이 문화 마케팅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마흔이 되어 그런 돌파구를 다시 찾으려 했더니 갈만한 대학원이 너무 없더라. 그런 고민이 이어지다, 비슷한 걱정과 고민을 가진 지인들과 1년짜리 느슨한 네트워킹 모임을 만들었다. ‘낯선대학’이라고 이름 붙이고 각 분야 또래 직장인들이 50여명을 초대했다. 매주 한 차례 모여 자신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눴다.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2018년까지 3기가 진행됐다(올해엔 4기가 열렸고, 한 학기는 3월에 시작해 12월에 졸업한다). 직장 생활과 달리, 이 커뮤니티는 뭔가 충전이 되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무언가 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더라.  


Q. 그러면서 점점 확장이 된 건가. 


내가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벌이기 시작하니 접점들이 계속 생겼다. 낯선대학에 이어 지난해엔 젊은층을 대상으로 ‘낯선대학Y’를 열었다. (낯선대학은 33세 이상만 입학 가능하다) 요즘 힘을 조금 붓고 있는 ‘리뷰빙자리뷰’는 특별한 경험을 한 이들이 리뷰를 나누는 자리다. 매주 한 차례 열고, 매 번 20명이 모인다. ‘100일 프로젝트’는 특정 주제를 수행하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매일 물마시기’, ‘매일 한줄 필사하기’, ‘매일 글쓰기’ 같은 미션을 100일 동안 수행하며 온라인에서 서로를 독려하고 위안을 받는다. 직장인들끼리 퇴근한 뒤 모여 ‘개인의 시대’ 라는 컨퍼런스(2018년 9월 개최됐다)를 열기도 했다.  



Q. 전업으로 한다고 해도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이걸 모두 진행하는 게 가능한가.  


이건 충전되는 경험이지 방전되는 경험이 아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주도권을 쥔다는 거다. 자신이 주도하는 일에서는 쉽게 방전되지 않는 거 같다. 몸의 힘이 떨어져도 마음의 힘이 좋기 때문에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사진 백영선]




Q. 이렇게 딴짓을 많이 하면 회사에서 싫어하지 않나.  


오히려 ‘덕업일치’에 가까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쌓은 역량과 인맥이 회사 일에 도움이 되기 시작한 거다. 2016년 말부터 ‘스토리펀딩’ 서비스에서 프로젝트 기획을 시작했는데, 낯선 대학의 멤버들이 스토리펀딩 참여자로 우르르 들어왔다. 100일 프로젝트도 바깥에서 하던 일인데 스토리펀딩으로 가지고 들어왔다가 카카오임팩트에서 유저대상으로 이걸 ‘해보자’며 제안을 해 오기도 했다.



Q.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걸 보니 기획력과 실행력이 엄청나다.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다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0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혼자 다 모으지 않는다. 내가 일곱명을 섭외하고 그들에게 ‘각자 일곱명만 더 초대해달라’고 설득하는 식이다.   



Q. 모든 직장인들에게 사이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시대가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지않나. 이에 맞게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회사 안에서 배우는 건 한계가 있다. 어떤 형태로든 회사 밖의 인맥을 만들고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백영선]




Q. 자신과 맞지 않는 일로 괴로워하는 회사원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나.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하는건 진짜 괴롭다. 그 마음 공감한다.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않다. 작으나마 터닝 포인트를 만들긴 바란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 낯선 상황을 만들거나 그런 풍경에 놓일 수 있도록 기회를 꾸준히 보면 어떨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직이 흘러간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 같다. 숨어지낼 수 있겠지만, 그러다보면 계속 따라가는 삶을 살게 된다. 회사 밖에서라도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커리어가 거기서 발견될 거라고 생각한다.  









밤이 되면 그의 이름은 바뀝니다. 로리(카카오에서 썼던 영어이름)에서 록담으로. 그가 어떤 계기로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는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를 담았습니다. 


퇴사, 사이드 프로젝트. 고민은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무조건 퇴사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퇴사 이후'를 고민하고 배우는 모임을 소개합니다. 좌충우돌하며 겪어왔던 실제 경험자들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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