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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Oct 08. 2021

[취재] A씨 자택서 찢어진 일기장 발견

학업 증명에 대한 분노가 축적되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

해당 글은 저를 알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취재하는 과정을 기사 형식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매거진 내의 인터뷰들과 함께 이어지는 내용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글에 등장하는 A와 기자 모두 본인임을 밝힙니다.


A씨 자택서 찢어진 일기장 발견 2021.01.08

학업 증명에 대한 분노가 축적되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


A씨(29)의 자택에서 찢어진 일기장이 발견되었다. 중간까지 쓰이다 만 일기장은 찢기고 뜯어진 상태였으며 마지막 장에는 정체불명의 빨간 액체와 낙서로 얼룩져 있었다. 일기장을 보관하고 있던 A씨는 "최근 저의 삶을 돌아보려고 어린 시절 일기장을 하나씩 읽어보다가 발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A씨는 "2시간 이상 스스로 공부했다는 사실을 선생님께 증명"하기 위해 일기장에 부모님의 서명을 받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A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A씨의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


A씨의 모친은 A씨가 실제로 공부를 하지 않고 싸인을 요구한다며 서명을 거부하거나 화를 내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A씨와 모친 간에는 잦은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당시 "왜 실제로 공부를 하지 않아 놓고 거짓말을 하게 만드냐"는 어머니의 말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전했다. 2시간 이상 스스로 공부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증명해야 하는 이유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 '2시간'이라는 글씨가
여러 써졌다 지워진 흔적이 발견된 것도 "어머니께 서명해달라고 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라서 제가 어떻게 해보려고 성인 필체를 흉내 냈던 것 같다. 하지만 일기장을 찢거나 뜯은 당시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일기장 하단에 '2시간'이라는 글씨를 지웠다 쓴 흔적이 선명하다. '이상 *였습니다'라는 글씨도 보인다.



일정 지점을 기준으로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 장이 찢어질 정도의 강한 힘을 주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잘린 일기장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한 지점을 기준으로 찢어진 것으로 보아 연필 등 날카로운 물체로 강하게 찌른 뒤 힘을 준 것으로 보인다. A씨에게 일기장을 찢은 이유를 묻자 "그 순간이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하루를 선생님에게 전시하고 검사를 받는 것도 모자라, 자율적으로 공부했다는 사실을 어머니한테 확인받은 뒤, 그걸 담임이 다시 재검증하는 과정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쌓였던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일기장을 연필로 찌른 뒤 찢어버리려 했던 거 같다"라고 답변했다.


독서도 공부라고 생각했던 A씨는 책을 읽은 뒤 서명을 요청하였다고 했다.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일상이 불쾌하기는 했지만 당시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A씨가 『이것이 협상이다』, 『해저 2만 리』, 『반지의 제왕』 등을 독서한 서명을 받은 것을 발견할 있었다. 하지만 모친과 담임 모두 독서는 공부가 아니라며 특정 과목의 문제집을 풀거나 복습을 하는 등의 행위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음악이 하고 싶었던 A씨는 원하지 않는 공부를 강요하는 모친과 담임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선생님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못한 채 "양가감정을 느껴 왔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A씨의 담임은 '사회 공부함'이라는 모친의 글씨에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은 '몇 시간? (1시간 이상 스스로~'라고 적어 더 철저한 감시를 요청했음을 알 수 있다.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성과를 증명해야만 하고, 타인의 기준에 맞는 일을 했을 때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신념이 이 시절부터 점점 더 강해졌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화가 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시키는 것 같아 항상 죄책감이 들었고, 그렇다고 하루에 공부를 2시간씩 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못나고 무기력해 보였다. 불효자라는 생각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떠나지 않았다"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성인이 되어서도 반발감이나 분노가 올라오는 일이 잦은 것은 어려서부터 억압되어 있던 감정이 적절히 해소되지 못해서인 것 같다"며 지금도 누군가 자신의 진위를 의심하거나, 해명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쓰던 일기장에서는 그날 사용한 영수증이나 티켓 같은 것들이 함께 보관되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혹시 의심을 하게 되어도"내가 일기장에 적은 내용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려 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A씨는 성인이 된 후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생각이 들면 무기력해지거나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데, 이러한 성장 과정이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앞으로는 나와 같은 일을 겪는 학생들이 없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다면 기자

ifersona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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