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톰과 제리'가 생각나는 작고 귀여운 치즈가게
유어네이키드치즈( 이하 '유네치')의 브랜드 로고를 보고 단번에 떠올랐다.
어렸을 적 즐겨보던 만화 '톰과 제리'가.
이 만화 영화를 본 기억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나저나 오랜만에 '톰과 제리'라니 어렸을 적 추억이- 추억의 띵작 톰과 제리가 2021년 실사영화로 나온다고 해 나 또한 기대하고 있다.)
'제리'가 맛있게 치즈를 먹던 장면,
그 시절 치즈는 흔치 않았다. 그랬던 탓 인지 늘 그 맛이 궁금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꽤 나이가 지긋이 든 사람 같지만 그렇진 않으니, 오해 마시길)
유.네.치?
유네치의 브랜드의 KEY Color는 선명한 노란색이다.
뻔할 수 있지만, 치즈가게에 참 잘 어울리는 컬러라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근데 이름이
네이키드?
꽤나 자극적이고, 예사스럽지 않다.
유.네.치. 어떤 의미인가요? 궁금했다. 이름 뒤에 숨겨진 의미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 우리가 흔히 치즈를 사러 가면, 사실 치즈 생소하고 잘 모르잖아요. 뭘 사야 할지.. 한참 바라보다, 점원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부드럽고, 고소하고, 마일드하고.. 추상적인 대답에 더 선택이 힘들어져요. 그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서 취향에 맞는 다양한 치즈를 제안하고,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렇다. 숨김없이 치즈의 모든 것을 낱낱이 보여주고 싶은 주인장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네이밍이다.
이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치즈 선택에 믿음이 생긴다.
근사한 공간
요즘 HFK라고 하는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읽고 토론하는 커뮤니티인 'HBR Forum Korea'로 시작한, 직장인의 성장과 경험을 도모하는 모임 (꽤나 기네요ㅎ, 개인적으로 성장에 목마른 직장인이라면 강력추천!)에서 활동하는데, HFK 대표 재윤님의 제안으로 함께 자리가 만들어졌고, 같은 유사한 취향을 가진 분들과 함께 저녁을 함께 하게 되었다. (상대의 취향을 고려한 이런 초대는 언제나 즐겁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
우린 조금 늦은 시간 유네치를 방문했다. 낮의 유.네.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유.네.치.의 밤은 상당히 근사했다.
코발트블루의 바닥, 선명한 노란색 선반, 알록달록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주는 와인 라벨, 치즈 그리고 식료품의 개성 있는 패키지들.
낮은 조도의 조명 속에서 전체 매장을 한눈에 보고 있노라면, 흡사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선반에는 치즈와 와인과 함께 먹기 좋은 비스킷부터 파스타, 각종 소스, 글라스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치즈 관련 도구부터, 플레이트까지 마치 치즈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무겁지 않다. 전체적인 톤 앤 매너는 차분하면서도 키치하고 재기 발랄하다.
우리의 테이블, 우리의 밤
유네치 쇼룸 정 중앙에 긴 형태의 테이블이 오직 1개가 배치되어 있다.
테이블 위로는 귀여운 느낌의 노란색 테이블 매트와 플레이트가 가지런히, lovely!! 뭔가 쿨한데 귀엽군.
우리는 간단히 Cheese plate와 가볍게 내추럴 와인을 추천받아 즐기기로 한다.
[이날의 초이스]
FOOD | 치즈 플레이트와, 올리브, 보코치니, 스파이시 크림으로 채워진 체리페퍼치즈, 방울토마토로 이루어진 스몰디쉬
NATURAL WINE | Alsace Le Sentier Au Sud , SUNSET
소담하게 담긴 올리브와 방울토마토, 보코치니치즈, 페퍼치즈 또한 귀엽다.
개인적으로 페어링이 참 잘 어울렸던 기억으로 남은
떼뜨 드 무안(Tete de Moine), 시노베 브라운 치즈.
GUDBRAND 시노베 브라운치즈
도쿄 푸글렌 카페에서 맛봤던, 브라운 치즈를 얹은 와플은 잊을 수 없다. 얇게 구워낸 따뜻한 와플 위에 브라운 치즈를 두 조각 얹어 주는데, 이 치즈를 와플에 감싸 먹으면, 캐러멜 풍미의 단짠한 매력의 맛이 꽤나 매력적이다.
(Fuglen | 노르웨이 카페 브랜드로 일본에도 매장이 있다.)
이때부터 노르웨이의 시노베 브라운치즈는 꼭 한번 맛보고 싶었었는데, 이곳에서 만나다니 반가웠다. 이 치즈는 노르웨이의 염소우유가 함유되어 있다고 하며, 단짠과 진한 캐러멜 풍미, 피넛버터를 먹는 듯한 꾸-덕한 식감이 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치즈이다.
이날 유.네.치 에서 블록으로 하나 구입해 온 후 자기 전 간식으로 한 조각씩, 또는 한없이 게을러지는 주말 아침 토스트 한 빵이나 크래커 위에 살짝 얹어 가벼운 아침을 대신한다.
떼뜨 드 무안(Tete de Moine)
에멘탈, 그뤼에르 치즈와 더불어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이다, 수도승의 모자라는 네이밍을 가지고 있는데, 이 치즈는 자르지 않고 지롤이라는 전용 도구를 이용해 얇게 긁어내는 방식으로 컷팅하여, 마치 꽃잎으로 보고 있는 듯한 비주얼이다. 예쁜 컷팅 방식 덕에 파티 테이블 연출에도 참 좋다.
이런 치즈에 어떤 와인이 좋을까? 추천을 받아 두 가지 와인을 즐겼다.
(향이 강한 치즈를 판매하는 샵의 특성상, 진한 레드와인 계열보다는 가벼운 화이트, 스파클링, 스위트 한 와인류를 많이 갖추고 있는 듯하다.)
Alsace Le Sentier Au Sud , SUNSET
첫 번째 와인은,
Alsace Le Sentier Au Sud (vin blanc sec) ,2015 리슬링과 피노 그리 블렌딩이다. 보통 와인과 다르게 리슬링 병에 담겨 있고, 위스키나 몰트를 먹는 듯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와인이나 위스키 등에는 소프트한 치즈보다는 고다, 그뤼에르, 콩테 같은 하드 치즈 계열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두 번째 와인은,
SUNSET이라는 이름의, 호주 태생 근사한 내추럴 와인이다.
룩에서 느껴지듯 선셋을 연상케하는 아름답고 오묘한 색감.
첫 모금은 레드와인의 묵직한 풍미로 떠올라, 브리딩하고 나면, 와인을 다 마셔갈 때 즈음 화이트의 산뜻하고 가벼움으로 지는 그런 맛이다.
참 재미있게도 색감, 맛, 느낌 모두 선셋이라는 네이밍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유.네.치 어땠어?
치즈 큐레이션 샵답게 그 본질에 충실하다.
다양한 구성을 통해 선호도를 알아갈 수 있도록 구성한 치즈 플레이트도, 그리고 그 치즈에 대해 진정성 있고, 차분한 어투로 아낌없이 설명해주시는 유.네.치 대표님의 모습도.
누군가의 취향을 고려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는 건, 본인의 많은 도전과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닐까?
치즈, 와인도 참 좋았던 그날 밤.
눈과 귀, 그리고 입을 즐겁게 해 줄 새로운 경험들, 큐레이션 해서 제안 주신 치즈, 와인도 참 좋았던 그날 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자리를 했던 우리 HFK 멤버들 덕에 테이블은 더욱 풍성하고 따뜻했다.
이런 진정성 있는 브랜드들이 늘어갈수록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빛나는 것 같아 참 기쁘다.
유.네.치.의 낮도 경험해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