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식당도 한다.
슈퍼다.
예전에서 구멍가게, 상회 등으로 불리다가 산업화 이후 슈퍼마켓으로 보다는 슈퍼로 주로 불렸다. 과자, 아이스크림, 생필품 등 가정에서 필요한 것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편의점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대형화한 큰 슈퍼마켓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런 큰 슈퍼 말고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슈퍼,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과 개 딸인 덕선이가 아이스크림 먹던 그런 슈퍼 말이다.
지역마다 수없이 있던 슈퍼들은 하나둘 편의점으로 바뀌거나 묻을 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슈퍼로써 수퍼 파워를 내는 곳이 전국에 꽤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식당 병행. TV에 백 모 씨가 다녀간 이후로 난리가 났던 김제의 슈퍼식당 빼고도 전국에 꽤 맛있는 음식을 내는 곳이 있다. 슈퍼와 식당 양립하기 쉽지 않은 업종이다. 아무리 슈퍼가 사람이 오가는 사랑방 구실을 했다고 하더라도 동네 한가운데 있으면 식당은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동네 어귀, 길이 갈리는 곳 등 버스가 서는 곳이 식당을 같이 하기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서 내려 출출한 속을 달래거나 아니면 전주 가맥집처럼 간단한 요리에 술 한잔 걸치고 귀하는 정도였지 않았나 한다. 오일장 취재를 다니면서 수많은 식당을 맛봤다. 한 번 취재하러 가면 보통 먹는 끼니가 여섯 끼 정도. 대략 100여 개의 식당을 다녔으니 어림잡아 600개 이상이다. 개중에서 맛있는 곳도 맛없는 곳도 있었다. 맛없는 곳은 기사에는 쓰지 않았다. 괜찮은 곳이나 계절적으로 제철인 곳 위주로 글을 썼다. 600개의 식당 중에서 슈퍼와 식당을 같이 하는 곳이 5곳이 있었다. 충북 제천의 학현식당 슈퍼, 진도의 굴다리 식당 슈퍼, 함평의 신흥식당 슈퍼, 영월 운학식당 슈퍼가 기억에 깊게 남아 가끔 생각난다. 예산의 동촌 묵집 슈퍼는 나와 맛의 결이 달라 이번 추천에서는 뺐다. 이들의 공통점은 길가, 버스 정거장, 마을 초입이다. 앞서 그랬지 않았을까 했을 때 나왔던 조건하고 맞아떨어진다. 예전 선술집이나 주막 또한 그랬을 것이다. 맛있는 순서가 아니다. 내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순서다. 협찬 ‘일도’ 없다.
진도 굴포식당 슈퍼
“여기까지 온다고” 굴포식당 근처에 갔을 때 내 입에서 터져 나온 볼멘소리다. 같이 간 작가 또한 같은 반응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굴포식당은 진도읍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굴포항이 나온다. 굴포항 초입에 식당이 있다. 이런 ‘시골오브시골’스런 곳에 굳이 밥 먹으러 누가 올까 싶지만 식당 근처에 다다르면 생각이 바뀐다. 식당 주변으로 주차한 차들이 꽤 되기 때문이다. 여기 대표 메뉴가 졸복탕이다. 통영에서 먹는 맑은 졸복탕과 달리 된장 베이스의 국물이다. 고사리와 함께 발려 있는 졸복이 듬뿍 들어 있다. 된장의 구수함과 졸복의 시원함이 압권이다. 여기서 상식 추가, 졸복이라 부르는 복어는 작은 종이다. 작은 종은 복섬과 졸복 두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주로 졸복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은 복섬이다. 둘이 비슷하게 생겼다. 손질한 것을 먹기에 ‘그런 게 있다’ 정도만 알면 좋을 듯. 진도의 솔비치에서 30분 거리다.
함평 신흥식당 슈퍼
함평은 무안과 바다를 공유한다. 그렇다고 무안처럼 넓은 바다는 아니다. 무안군의 해제면과 현경면을 마주 보는 지역만 바다와 접해 있다. 바다가 있음에도, 낙지잡이를 하고 있음에도 낙지에서는 유명도에 있어 무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낙지 관련한 음식이 꽤 있지만 좋은 점이 무안처럼 번잡하지 않다는 것. 조용히 낙지 맛보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 장점 아닌 장점이다. 함평 IC를 나와서 7분 정도면 주포항이 있는 바닷가에 다다른다. 꽤 가까운 거리다. 산낙지, 세발낙지, 연포탕 등 낙지 관련한 음식을 파는 슈퍼를 만난다. 신흥상회다.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근처다. 함평 오일장 취재를 가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가 찾은 것이 낙지였다. 나도 그때는 함평에 바다가 있음을 알았지만 바다 것을 찾지 않았었다. 주로 군청 앞에서 육회 비빔밥을 주로 먹었다. 한 번 가볼까 생각해서 광주의 지인 불러 이야기도 나눌 겸 해서 점심시간에 갔다. 내 주문은 초무침. 알맞게 데친 낙지가 다른 곳보다 많이 나왔다. 낙지 음식이라는 게 초무침이든 볶음이든 낙지보다는 채소가 더 많다. 여기는 비슷하게 들어 있다. 함평장은 2, 7장이다. 가을이나 초겨울에 가면 맛있는 낙지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근처 주포국밥의 수제비 또한 맛이 꽤 괜찮다.
영월 운학식당 슈퍼
찾아서 간 것은 아니다. 여행자의 식탁을 잠시 운영을 중지하고 회사를 1년간 다녔다. 여름에 잦은 비로 인해 계약재배한 배추며 양상추 상태 파악을 하러 영월, 횡성, 평창 등 산간지역을 다닐 때였다. 동료들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 영월에서 황둔 가는 길 중간에 있던 마을 초입의 슈퍼 겸 식당이 눈에 띄었다. 계절로 여름, 콩국수라는 입간판이 눈에 띄었고 모두부나 두부 부침도 있었다. 두부 만드는 식당의 콩국수는 맛있다. 콩을 오랫동안 다루던 곳인지라 어느 지역의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기본 이상의 맛을 한다. 두부 식당에서 콩국수를 한다. 무조건 들어간다. 작은 시골의 식당이지만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우리 자리만 빼고서 말이다. 자리에 앉아 두부 부침과 콩국수를 주문했다. 맛을 보기 전부터 맛이 보였다. 여름의 얼치기 배추김치 대신 제대로 익은 열무김치가 나왔다. 여름철 콩국수 먹을 때 열무김치를 선호한다. 물맛만 나는 배추김치보다는 알싸한 열무가 훨씬 맛있다. 열무김치를 내준다는 것은 기본 이상을 한다는 이야기. 예상대로 두부 만드는 곳의 콩국수는 맛있었다.
고령 옛날어탕
한겨울 딸기를 보러 고령에 간 적이 있다. 딸기는 기온이 올라가기 전 새벽에 작업해서 포장한다. 국내에서 나는 모든 딸기는 새벽에 작업한다. 새벽에 딸기의 품온이 올라가기 전에 작업하면 딸기가 잘 물러지지 않는다. 모 대형할인점에서 겨울이 되면 새벽 첫 딸기라는 것을 보고 웃은 적이 있다. 어디나 다 하는 것을 마치 자기네만 한다는 문구가 꽤 나를 웃겼다. 새벽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고 나왔다. 나올 시점은 동트는 시점. 시장기에 24시간 해장국이 있나 찾아볼까 했는데 딸기 농장 근처에 슈퍼 겸 식당이 불을 켜고 있었다. 위치 또한 삼거리. 낙동강 지류가 흐르는 고령은 어탕이 유명하다. 게다가 여기는 수제비까지 한다. 내가 좋아하는 어탕에 수제비까지 하니 안 먹으면 나만 손해. 들어가서 수제비 한 그릇 청하고 앉으니 제피 가루까지 있다. 이를 두고 하는 말이 금상첨화. 맛본 어탕은 구수함이 좋았다. 제피의 알싸한 맛이 더해지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고령에서 어탕으로 추천하는 메뉴에 삼계 어탕도 있다. 고기 국물과 민물고기의 만남이다. 어탕 국물에 닭이 쏙 들어가 앉아 있다.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다.
제천 학현식당 슈퍼
제천은 먹거리와 한약 재료의의 접목을 중시하는 듯싶다. 한방 엑스포 공원도 있고 한방 엑스포도 주최하고 있다. 제천 출장 가면 자주 보이는 것이 ‘한방’, ‘바이오’다. 음식점도 바이오나 한방이 들어간 것도 심심치 않게 본다. 시에서 추천하는 음식에 그러한 것이 빠지지 않는다. 추천하거나 미는 곳은 내 추천에서는 항상 빼고 시작한다. 시군에서 한 것 치고 제대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음식의 기본은 맛. 맛을 두 번째로 밀고 ‘폼’만 각 세우는 것이 시군 추천 음식이라 생각한다. 많은 반찬을 내세우는 화려함이 가득, 정작 젓가락 갈 곳은 딱히 없는 밥상이 대부분이다. 학현식당의 음식 또한 시군에서 했다고 하면 바이오 닭도리탕 또는 한방이 들어갔다는 것에 100원 건다. 토종닭 요리를 한다. 백숙과 닭도리탕이 주메뉴다. 토종닭으로 한 닭도리탕의 특징은 씹는 맛이 좋다는 것이다. 토종닭 질기지 않나? 하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우리가 먹는 육계가 너무 부드러운 것이다. 부드러운 것에 익숙해진 식감이 쫄깃한 토종닭을 만나면 질김을 느끼는 것이다. 자주 먹다 보면 토종닭의 쫄깃함이 익숙해진다. 사실 토종닭이라고 하더라도 육계를 개량한 것이다. 토종닭의 조상 격인 재래닭은 토종닭보다 식감이 더 좋다. 인터넷에서 제대로 살 수 있는 것은 제주 재래닭뿐이다. 여기 닭도리탕을 주문하면 깜짝 놀란다. 탑처럼 쌓인 닭도리탕 비주얼에 놀라고 맛에 놀란다. 닭도리탕 위에 산나물이 가득 쌓여 있다. 매콤한 국물과 함께 하는 맛이 일품이다. 닭도리탕 하면 제일 먼저 이 집부터 떠올린다. 먹어보면 나처럼 변한다. 봄나물이 좋은 철에 가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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