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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Sep 25. 2024

남원.. 멍 때리기 좋은 곳

여행 가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

남원으로의 여행? 남원을 일 년에 적으면 한 번, 많으면 서너 차례 가던 곳이다. 그런 남원을 이번에는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떠났다. 살면서 딱 한 번, 아이가 어릴 적에 가본 이후로 거의 20년 만의 남원 여행이다. 이번 여행은 남원시와 스마트관광협회 협업으로 진행한 팸투어로 다녀왔다. 교통비와 숙박 모두 남원시에서 지원받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다는 글은 아니다. 성격상 그리 쓰지는 못한다. 게다가 게재 조건도 없다. 그러니 내 맘대로 쓴다. 여행은 떠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남원은 '쉼과 멍'으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쉼과 멍을 때려도 삼시 세 끼는 먹어야 하니 몇 곳의 식당 또한 추천한다. 

남원 하면 생각나는 것이 지리산과 광한루, 춘향, 이몽룡, 추어탕이다. 나에게 남원은 버크셔 K와 저온압착 참기름, 떼죽꿀과 성산재에서 바라보는 구례 넘어 산들이 첩첩이 있는 풍경을 좋아하고 정령치에서 내려다보는 남원 시내가 생각난다. 이번 여행으로 두 곳이 더 추가되었다.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과 서도역 두 곳이 남원 아카이브에 저장되었다. 저장된 곳은 가끔 사진첩에서 꺼내 보는 곳이다. 가서 한 시간이라도 멍 때리기 좋은 곳이다. 살면서 풍경 바라보면 멍 때릴 수 있는 곳 서너 군데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산이든 강이든 바다든 말이다. 그런 곳에 넣어 두어도 좋은 곳이라 여긴다. 김병종 미술관은 남원에서 태어난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2018년 개관 이후 꾸준히 작품 전시를 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만 아니라 남원의 예술가 그림, 공예 등 예술 작품 전시 공간이 있어 구경 삼아 다니기 좋다. 여기의 핵심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유리에 비친 하늘이라 여기기 쉬운데 사실은 본 건물에 숨어 있다. 전시 공간을 돌아 돌아 2층으로 가보자. 남원 사는 예술가의 전시 보고는 3 갤러리로 가보자. 살짝 어두운 전시실 양쪽으로 들이치는 빛을 쫓아 들어가면 “하..”소리가 절로 나는 풍경과 마주한다. 

나도 모르게 의자에 앉아 시선을 앞에 두고 멍을 때린다. 흰소리가 아니다. 가서 마주하는 순간 누구나 그럴 것이다. 입장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 휴무를 제외하고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정령치는 남원 갈 때 매번 오르지는 않았다. 산내에서 일 보고 고속도로나 국도로 인월면으로 해서 국도 타고 남원 시내로 가지 않고 정령치 올라 잠시 멍 때리고 싶을  때 그리 했었다. 정령치는 해발 1,170m로 지리산의 높은 봉우리에 비해 낮은 곳. 그러기에 큰 봉우리를 바라보는 곳으로 적합하다. 날이 좋으면 천왕봉을 비롯해 지리산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실제 힐링은 주차장 한 편의 계단을 살짝 오르자. 높지 않은 곳에 남원 시내를 바라보는 순간 멍 속으로 진입. 모든 잠시 잊게 된다. 다만 바람이 긴 멍을 용인하지 않는다. 불던 바람이 잠시 멈추는 순간 다시 멍 속으로 들어갔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다시 깨기를 반복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남원 시내에서 방향을 임실로 잡아보자. 임실과 남원의 경계에서 혼불문화관이 있는 서도역으로 가보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지로 유명한 서도역이 혼불문학관보다 먼저 맞이한다. 1932년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전라선의 중간역으로 만들어졌다가 전라선이 현재의 역에서 100m 떨어진 곳으로 철로가 옮겨지면서 폐역이 되었다. 철도청에서는 이 역사를 없애려고 하다가 마을과 남원시의 반대로 지금은 리모델링을 거쳐 일반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마을에서는 운영하는 의복 대여와 피크닉세트 또한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철도가 지나지 않는 철로 위에 간이 의자가 놓여 있다. 철로를 바라보는 풍경이 꽤나 괜찮다. 20명 이상이면 도시락도 제공 가능하다고 한다. 혼자 혹은 둘이라면 남원 시내에서 도시락 사 들고 가보자. 힐링에 들어가는 비용은 도시락 비용이 다다. 시간 여유를 두고 혼불문학관 구경도 좋다. 


인월 두꺼비집

어탕집이다. 여러 민물고기로 만들면 어탕, 미꾸라지로만 만들면 추어탕이다. 민물고기를 삶아서 갈아버리면 사실 구별하기 쉽지 않다. 지리산 IC를 나와서 인월 재래시장 근처에 가면 점심때가 되기 전부터 차가 몰리는 식당이 있다. 시내보다 맑은 어탕을 내는 곳이다. 경상도식 추어탕과 남원 추어탕의 중간이 딱 여기가 아닐까 한다. 어탕은 밥과 국수 둘 중 선택이다. 어탕이 나오면 다진 고추와 초피(현지에는 젠피, 제피)를 넣는다. 먹기 시작하면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쉼 없이 먹게 되는 마력에 빠진다. 내가 꼽는 남원 어탕 No. 1이다. 


남원 내촌식당

남원 출장길에 들린 곳. 

남원 시내에서 주천 방향으로 20여분 정도 가면 식당이 나온다. 식당의 길을 더 올라가면 정령치가 나온다. 색 바랜 노란색 간판이 나오고 그 아래 유리창에는 슈퍼라는 표시가 있다. 예전에는 슈퍼에서 음식을 많이 팔았다. 사람이 많이 오니 슈퍼를 추가했는지, 아니면 슈퍼를 하다 보니 사람이 많이 와서 식당을 했는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전국을 다니면서 맛본 슈퍼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 식당들은 다 맛으로 수퍼식당이었다. 

여기는 시그니처는 닭국이다. 토종닭으로 하는 요리는 거의 99.999999% 닭도리탕 아니면 백숙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여기는 독특하게 무와 토막 낸 닭을 넣고 국을 끓인다. 단순한 재료지만 먹어보면 코를 쳐 박고 먹는다.  


남원 시내 동춘원

한국 사람은 김치다. 단무지만 내주는 중국집이 대부분이다. 간혹 김치를 내주는 곳도 있지만 내주는 것에 만족하는 맛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벗뜨’ 여기는 다르다. 김치만으로는 일반 식당 뺨치고 남을 정도의 맛이다. 웃기게도 김치가 제일 맛있고 나머지가 그다음이다. 그다음이더라도 맛없는 것이 아니라 김치가 워낙 맛있어서 하는 소리다. 남원에서 중식이 생각난다면 여기서 한 그릇하고 서울로 떠났다. 웃기지 않는가? 중국집이 김치가 가장 맛있다는 것이 말이다. 짜장과 짬뽕 사이에서 내 선택은 여기서는 짜장이다. 


인월 버크셔세상

남원을 비롯해 지리산 권역 주변은 흑돼지 내는 곳이 많다. 흑돼지의 특징은 비계가 많다는 것. 흑돼지 대부분은 교잡이 많다는 것 두 가지다. 오롯이 토종 흑돼지는 예전에 사라졌고 만주 흑돼지, 버크셔, 두록 등과의 교잡종이 대부분이다. 버크셔 K만 하더라도 1900년대 초반에 도입이 되어 흑돼지 걔량에 쓰였다고 한다. 흑돼지라고 파는 대부분은 그 후손들이다. 흑돼지는 맛있다. 살뿐만 아니라 비계가 핵심이다. 한동안 비계 삼겹살이 논란이었다.  이 논란에서 흑돼지는 좀 빼자. 흑돼지 맛은 비계에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99%의 백돼지 비계와 달리 쫄깃한 맛이 있다. 물컹한 백돼지 비계와 달리 씹는 맛이 있기에 다르다. 흑돼지 중에서 순종을 고르라면 버크셔 K다. 눈치 빠른 이들은 진작할 수 있을 듯. 끄트머리에 K가 붙는다는 것은 우리 것이라는 이야기. 버크셔인데? 우리가 먹는 백돼지는 요크셔, 랜드레이스, 두록 세 가지를 교배한 것. 우리흑돈은 재래종 돼지에 두록을, 난축맛돈은 랜드레이스에 제주 재래종을 교배해 개량한 것임. 버크셔는 단일종으로 우리나라에 맞게 육종을 해서 한국 고유종으로 등록한 돼지로 끄트머리에 한국종임을 알리는 K를 붙였다. 순종 버크셔는 남원 지리산 IC 입구에 있는 버크셔 세상에서 맛볼 수 있다. 인원면에서 동평제 마을이 있는 운봉까지 가면 버크셔로 만든 햄과 하몬 등을 맛보고 살 수도 있다. 남원에서 순종 흑돼지 본래의 맛을 보고 싶다면 버크셔 세상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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