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지만 자격증 있는 '사'자 전문가
매월 말일이면 그 달의 매출을 기록해서 정리합니다. 이달에는 이만큼 벌었구나 하면서 매출이 높을 때는 좋다가 떨어지면 우울해지고, 모든 영업자가 비슷할 겁니다.
가장 걱정이 많은 날은 매월 1일입니다. 이번 달에는 과연 얼마나 벌까?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희망찬 마음가짐이어야 하지만 11년째 해보니 정말 알 수 없는 게 영업과 매출입니다. 이제는 무덤덤해질 때도 되었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합니다.
공익을 위해 정의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님들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진짜 존경합니다. 하지만 3만 명 변호사 중 99%는 분명히 저처럼 매달 매출을 걱정할 겁니다. 10대 로펌에 속한 몇천 명의 변호사를 제외하면 모두 처지가 비슷합니다.
그래도 주변 분들께 변호사가 되라고 권합니다. 제가 사기업부터 공공기관, 공무원, 자영업자까지 모두 경험해 봤지만 역시나 자격증으로 영업하는 변호사가 마음은 제일 편합니다. 그리고 수임료가 아무리 낮아져도 100만 원 이하는 없고, 통상 300만 원 이상은 되니 한 달에 2건만 하거나 1건에 성공보수가 있는 달이라면 웬만한 직장인 수입보다 분명히 많습니다.
단순히 월급만으로 볼 것도 아닌 것이 일단 사회적인 평가가 높습니다. 아무리 변호사가 발로 채일 정도로 많다지만 그래도 변호사라 여전히 연애, 결혼, 취업 시장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검사 응시인원이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뉴스도 이런 현실을 반영해 줍니다. 아무리 튼튼한 대기업도 40대 중후반이면 임원으로 승진하는 소수를 빼고는 퇴사해야 합니다. 공무원도 연금이 줄고, 지방 근무가 대부분이라 예전같이 인기가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는 일단 전국 20개 로스쿨이 있어 자기 실력에 맞게 선택이 가능하고, 합격률도 N수생이 있다고 하나 50%가 유지되니 웬만한 국가기술자격시험보다 합격률이 높습니다. 결국 3년의 과정을 제대로 이수할 수 있다면 2명 중 1명이 합격이니 통계로만 보면 어렵지도 않고, 실제로도 4년제 대학을 졸업할 정도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졸업과 합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여성분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정말 고민되실 건데,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비교적 취업도 쉽고, 쉬다가 다시 일하기도 일반 직장인에 비하면 정말 수월하실 겁니다. 게다가 경력이 생기고 연배가 높아지면 주변 지인도 생겨서 각종 송사가 많아지기 마련이라 아무리 어렵다 해도 직장 복귀보다는 쉬울 겁니다. 결국 판단기준이 무엇인지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200만 원 받으면서 빡세게 직장 생활해본 사람은 지금 변호사 수입에 만족하고, 아무리 작아도 직장 다닐 때 받았던 것에 비하면 정말 많다고 그리고 일의 강도도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부만 하다가 첫 직장이 변호사인 대다수의 분들은 사회경험이 없고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위상을 고려해서 기대치가 매우 높은지라 현재 받는 수입에 만족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일 8시간 이상 일하면서 야근도 하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받는 거 생각하면 변호사 일이 절대로 어렵거나 힘든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실력인데, 결국 그건 본인이 자영업 자니까 스스로 지속적인 자기 계발과 업무능력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라 일반 직장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오히려 연차가 올라갈수록 업무능력보다는 줄 서기, 리더십 등이 필요하지만 변호사는 오로지 실력과 자신의 인맥이 전부라 내부 갈등이 전혀 없는 것도 강점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일반 직장생활도 변호사도 모두 어렵고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니 생각을 조금만 전환하면 성공 확률도 낮고 초기 비용 부담이 높은 식당, 카페 창업이나 진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는 자영업이 바로 변호사라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다양한 직장 경험을 하고 나서 얻은 깨달음이고 저는 지금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는 싫어하지만 수입에는 만족하고 있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