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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Nov 05. 2018

발달장애인 엄마에게 한수 배우다


요즘 저는 희망나래와 함께 발달 장애인의 엄마와 발달 장애인들의 인터뷰를 통한 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발달 장애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일곱 분의 엄마들과 일곱 분의 장애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보니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혹자는 어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인터뷰 내내 우리 강아지들을 떠올렸습니다.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것, 그로부터 생겨나는 습관도 중요하다는 것, 반복해야 한다는 것,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부모가 아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디든 데려가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야 좋다는 것 등등등. 


어쩌면 모든 '교육'의 기본 원리라는 게 사람이나 동물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탐탐이는 좀 이상합니다. 지난 8월에 갑자기 식구가 늘었고(라라, 주주의 입양 덕분에) 엄마는 사단법인과 펀딩을 준비한다고 바쁘게 설치고 돌아다니느라 자신에게 돌아오는 사랑이 줄었다고 생각하는지 더 들러붙어있으려고 합니다. 그전엔 꽤나 시크한 여자였는데 말이죠. ^^; 


산책을 가자고 해도 전에는 좋아서 나왔는데 요즘은 멀찍이서 바라만 봅니다. 산책을 나가도 줄을 당기며 직진탐탐이가 되곤 합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은 산책의 방법을 바꿔봤습니다. 발달 장애인 엄마들의 인터뷰를 녹취하던 중 얻은 힌트로 말이죠. 


그분들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이건 바람이야~ 기분이 어때?" 비가 오면 "이건 비야. 차갑지?" 등등. 


색깔을 가르칠 때도 이렇게 하시더군요. "이건 바나나 노랑, 레몬 노랑~" 그렇게 단어를 조금씩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평소의 탐탐이와의 산책은 그냥 걷기였습니다. 중간중간 살짝 삐딱선을 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가던 길로 계속 갔죠. 하지만 오늘은 다르게 했습니다. 길을 걷다 꽃을 발견하면 앞서가는 탐탐이를 불렀습니다. 


"탐탐아, 이게 뭘까?"


탐탐이는 제 곁으로 와 꽃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길을 걷다 샛길이 나오면 다시 탐탐이를 불렀습니다. 


"탐탐아, 여긴 어딜까? 우리 한번 가볼까?"


그렇게 꽃의 냄새도 맡고 평소에 안 가던 샛길로도 빠지면서 산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탐탐이가 제 옆에서 나란히 걷더라구요. 평소라면 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앞장서 갔을 텐데 말이죠. 


아, 감동. 탐탐이는 그냥 걷는 산책을 원했던 게 아니라 엄마와 감정을 나누고 경험을 나누는 산책을 원했던 겁니다. 저는 없는 시간 쪼개어 20분짜리 산책을 30분으로 연장하며 동네 숲길도 가는 등 산책의 질을 높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산책의 양만 늘렸던 거였습니다. 5분, 10분을 해도 엄마와 교감할 수 있는 산책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저는 그동안 '미션 클리어'를 했던 셈이지요.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내일부터는 탐탐이뿐만 아니라 제제, 라라, 주주와도 교감을 하며 산책해봐야겠습니다. 제제 역시 줄을 팽팽히 당기며 걷는데 녀석에게도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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