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발행(브런치북과 동일/종이책 발행 목적)
코로나19가 유행했던 몇 년 전에 음식 배달시장은 매우 활성화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게 만든 공유주방 사업은 매우 빠르게 성장했었다.
그런데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배달 주문 감소, 외식업 경쟁 과열, 공유공간의 위생 문제 등으로 배달형 공유주방사업은 더 이상 국내에서 성장은 불가능한 상태이고 현 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장에서는 국내 공유경제 속 공유주방이 왜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의 길로 가는지에 대해서 들여다보겠다.
우선, 공유주방에 앞서 공유경제의 시작과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초래되면서 사람들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학의 로렌스레식 교수가 필요한 물품을 서로 빌려주고 함께 쓰는 경제활동을 개념화한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새로운 소비 형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의 소비와 생산에 초점을 둔 상업경제와 달리 이미 생산된 재화를 공유하며 가치를 극대화하는 공유경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생산, 창업 등의 분야에 폭넓게 확장되었다.
대표적 미국의 공유경제 스타트업인 우버와 에어비엔비가 대표적으로 존재한다.
이런 공유경제가 10년 전부터 주방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키친, 고스트 키친, 버추얼 키친 등 다양한 공유주방을 일컫는 용어들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유주방은 단지 시설뿐 아니라 각종 정보통신기술과 공유경제가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졌다.
전 세계 공유주방 사업 시장은 공유경제 확대 및 배달시장의 급속한 신장, 전 세계 모바일 이용률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안전에 대해 기대 증가 등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내는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캘러닉이 한국에서 공유주방 사업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많은 식당을 창업한 자영업자들끼리 과열경쟁과 비용증가로 사업 실패와 더불어 개인의 가계 실패까지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하면서 공유주방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집중되기 시작했다.
예비 창업 자영업자들에게 초기 비용을 덜어주고 창업 이후에도 성공확률이 높은 사업 모델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환경적 변화 및 트렌드를 읽고 최초로 공유주방 비즈니스를 도입한 회사가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이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김기웅대표가 2015년 서울 삼성동에 ‘위쿡’이란 브랜드로 첫 오픈을 했다.
언론상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김기웅대표는 증권사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본의 장기 불황 때 성공한 사업이 무엇이 있는지 집중 연구를 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저성장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 보고 선제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김대표는 그 당시 발견한 것이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하여 먹을 수 있는 HMR, 도시락 등의 간편식 시장이었다. 그래서 2014년 3월 증권사를 그만두고 영동시장에 있는 도시락 배달 전문 음식점을 인수했다.
8평짜리 배달 전문 음식점이었다. 지점이 3개까지 확장할 정도로 성장했었다. 8평 남짓한 공간에서 월 매출이 3,000만 원~4,000만 원 정도 나왔었다. 그런데 매출은 천천히 증가하는데 비용 증가는 매우 커서 이익을 많이 내기 힘들다는 문제점에 직면했다. 또한, 판매가를 올리기도 쉽지가 않았다.
너무 많은 음식점들이 있어서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계속 동일한 형태로 운영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공유주방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결국 이익을 높여 경쟁에서 이기려면 여러 사업자들이 하나의 플랫폼에 모여 기업처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한다든가 비용을 들여 홍보 전단지를 각각 뿌린다든가, 그런 것들을 함께 합쳐서 했을 때 줄일 수 있는 비용의 요소를 찾은 것이다.
또 평당 임대료도 평수가 커지면 커질수록 줄어들었고, 식재료도 공동 구매를 통해 협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배달음식점을 모아놓은 형태의 위쿡이 탄생했다.
초기의 모델은 단순히 상업용 주방을 빌려주는 서비스 수준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처음 2년 이상은 공간만 임대하는 모델로 운영하다 보니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면서 단지 공간만 공유하는 것이 아닌 유통, 마케팅, 온라인, 온프라인 영업을 포함하는 서비스로 확대 추진했다.
위쿡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공유주방 플랫폼과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푸드메이커 인큐베이션 및 관련 전후방 사업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공유주방은 식품 제조와 유통에 관한 각종 허가를 모두 해결해 주며 외식업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한다. 운영하는 형태는 배달형 공유주방, 제조유통형 공유주방, 식당형 공유주방으로 3가지 형태로 운영되었다.
배달형 공유주방은 한 공간에 즉석조리가 가능한 전용 주방을 여러 개 만들어 배달 위주의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공유주방이다. 제조유통형 공유주방은 식품 조리시설을 갖춘 1개의 주방을 복수의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면서 식품을 제조와 생산해서 유통까지 하는 형태의 공유주방이다. 마지막으로 식당형 공유주방은 말 그대로 공유주방에 더해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까지 빌려주는 사업이다.
코로나19로 위쿡은 F&B(Food and Beverage) 시장에서 매우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외식 방식으로 떠올랐다. 위쿡은 이러한 다양한 자영업자에게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적으로 상생모델로 크게 기여했다.
앞에서도 언급한 과도한 음식점 창업 비용과 이에 따른 실패 리스크 감소를 통해 국가적으로 발생되는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며, 다양한 형태의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증대시킨 것이다.
하지만, 엔데믹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엄청난 보물창고로 생각되었던 공유주방 사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렇게 공유주방 사업이 국내에서 왜 성공하지 못하고 사양사업으로 전락하는 걸까?
코로나19 시점 다수의 공유경제는 전염의 위험성 때문에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언택트와 관련된 공유주방은 반대의 호황을 누렸고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암울하다. 왜 이렇게 국내 공유주방 비즈니스 모델은 몰락할까?
첫 번째 이유는 과도한 경쟁과 외식경기 침체다. 엔데믹 이후 배달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소비자 배달주문 수요가 급속히 줄어든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보다 인구당 많은 식당 수로 경쟁이 과열된 상태에서 경기침체는 식당의 폐업을 급상승시켰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 8867개 중 폐업한 업체는 17만 6258개로 폐업률이 21.52%에 달한다. 5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 9만 6530개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두 번째로는 위생 불량으로 소비자 신뢰를 상실한 것이다. 손님이 직접 매장에 방문하지 않기 때문에 식당 운영 전반의 위생 관리가 허술하였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관심에서 외면밖에 되었고, 소비자는 가능하면 기존에 알려진 로드샵으로 운영되는 음식점에서 주문을 시켰다. 물론 이런 문제는 국내만의 이슈는 아니다.
미국의 개인 유튜브 기준 구독자 수 1위면서 본인의 이름을 걸고 초콜릿과 햄버거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도 하는 미스터 비스트가 자신의 이름을 건 '비스트 버거'를 고소했다. 사업적 파트너인 '배달형 공유 주방 기업' VDC(Virtual Dining Concpets)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마찰의 원인은 VDC가 품질상으로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제공했다는 의심 때문이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눈에 보이지 않기에 감시 밖에 있었고, 또한 한 주방에서 44개에 달하는 브랜드 배달 음식을 조리할 정도라 품질 관리에 취약했다. 미스터비스트는 로열티 계약을 하면서 VDC와 '일관된 조리법으로 만들고, 위생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지 못했다. 주방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당연히 품질 관리에 실패하였다. 트위터, 유튜브 등 그가 활동하는 SNS에서 미스터비스트버거에 부정적 리뷰가 한순간에 뒤덮이게 되었다.
국내외의 이러한 공유주방의 문제는 결국 사업 철수 및 축소로 나타났다. 국내는 2019년 시작한 배달형 공유 주방 개러지키친이 한때 550여 곳의 개별 주방을 열었으나 2022년 파산했다. 다른 공유주방 업체들도 사업 모델을 재검토하거나 철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1호 공유주방업체인 위쿡은 배달형 공유주방 사업 '위쿡 딜리버리'를 접었고 나머지 사업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키친빌더는 공유주방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 부진을 겪던 고스트키친은 키친밸리에 인수됐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공유경제의 콘셉트를 잘못 활용한 점이라 생각된다. 단순히 공간의 공유에만 집중해서 다른 공유경제와는 다르게 쇠락의 길을 걸은 것이다. 심지어 임대수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자가 진입하면서 공유주방 사업 환경은 최악의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공유경제에서 가장 성공한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를 보면 그들이 가진 미션과 콘셉트는 공유주방 사업자와는 너무나 다르고 특화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는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가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이 룸메이트로 살면서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집에 에어매트리스 3개를 놓고 방을 빌려주고 조식을 제공하면서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호텔 및 리조트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이 소유하고 있지만 남는 공간을 여행자들에게 제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중개하면서 수익을 얻는 이른바 숙박 공유업체 수준이었다.
단순히 공간의 공유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시간이 지나면서 명확한 콘셉트와 전략으로 그들의 사업을 고객지향적 차별화했다.
불필요한 스트레스 없이 편안히 지내고 싶은 비즈니스맨이나 해외가 익숙지 않은 여행자에게 위치가 편하고 대접받는 호텔을 즐기기 원하는 대상을 타깃으로 하지 않았다.
여행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처음 방문하는 마을에서도 이방인 취급받지 않고 판에 박힌 여행을 싫어하는 여행자들에게 현지 문화를 깊이 접하며 체험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곳에 초첨을 두었다.
따라서, 에어비앤비는 갈수록 단절되어 가는 시대에 테크놀로지로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누구나 전 세계 어디든 친구가 있는 시대를 빅 픽쳐로 그리며 그들의 플랫폼에 있는 공유공간을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의 콘셉트 방향으로 사업을 육성했다.
결론적으로 공유경제의 성공여부는 단순히 공간만의 공유에 대한 의미만 부여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공유주방 비즈니스도 공유주방 플랫폼보다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고객들에게 푸드메이커로 인큐베이션 및 관련 전후방 사업 지원에 집중했어야 했다.
물론 B2C와 B2B는 차이가 크다. 훨씬 더 고객 니즈를 반영한 차별화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유주방뿐만 아니라 공유오피스도 최근 너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하지만, 공유경제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되려면 그들만의 지향하는 콘셉트가 구체화되어야 한다.
과연 식당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원하고 해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비용을 넘어서 고객이 불편해하는 Pain Point 해결과 그들의 고객에 줄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