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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감사가 만드는 큰 기적

by 최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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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불편함과 부족한 것들에 시선이 머물다 보니, 감사할 이유를 찾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마음을 조금만 달리하면 감사의 이유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늘 존재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는 단순한 순간조차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바라는 선물일 수 있다. 중환자실 병상에서 창밖 하늘을 그리워하는 이들, 혹은 먼 타국에서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 사소한 순간조차 눈물이 날 만큼 큰 축복이 된다. 결국 감사는 멀리 있지 않고,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일상 속에 숨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에몬스(Robert Emmons)는 이러한 감사의 힘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대표적인 연구자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에서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매일 감사한 일을 기록하고, 다른 그룹은 불편하거나 평범한 일을 적게 했다. 10주 후, 감사 일기를 쓴 그룹은 훨씬 더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운동 빈도까지 늘어나며 건강 상태도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은 감사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실제 삶의 질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힘임을 보여준다. “감사한 일을 찾으면 감사한 일이 계속 생긴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뒷받침되는 진실이다.


저 역시 휠체어농구 코치로서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는 과정 속에서 감사의 의미를 배운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코트를 누빌 수 있다는 사실, 훈련 중 서로를 격려하며 웃음을 나누는 순간들은 제게 가장 큰 선물이다. 가끔 누군가 힘들어 주저앉을 때, 다른 선수가 다가와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고 건네는 말은 그 자체로 감사의 장면이다. 이런 순간들이 쌓여 팀을 하나로 묶고, 어려운 시간을 버텨낼 힘이 된다. 결국 감사는 특별한 사건에서가 아니라, 늘 곁에 있는 작은 순간에서 피어난다.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 역시 감사에서 비롯된다.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미 가장 큰 선물이며,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심지어 과거의 힘들었던 경험조차도 감사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역시 연구를 통해 감사가 우울과 불안을 줄이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움에 짓눌릴 때일수록 더 의식적으로 감사의 눈길을 돌려야 한다. 작은 감사가 또 다른 감사를 불러오고, 그 과정 속에서 삶은 점점 더 풍요롭게 변해간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힘이 아니다. 매일의 작은 감사 습관이야말로 삶을 바꾸는 씨앗이다.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도 살아 있음을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을 품어보자. 그 순간 세상은 달라 보이고, 하루는 새로운 빛으로 채워진다. 감사할 일을 찾는 사람에게는 감사가 끊임없이 찾아온다. 결국 감사는 우리 삶을 더 깊고 넓게 만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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