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뜬 후 난방 텐트의 한쪽 면을 들어 올려 밖으로 나온다. 어제 벗어 둔 패딩 조끼를 걸치고 한 번에 벗어 놓아 역시 한 번에 신을 수 있는 양말 두 겹을 신는다. 실내가 어둑하지만 불은 켜지 않는다.
아이를 깨울 요량으로 텔레비전과 셋톱 박스의 플러그를 발가락으로 켜고 뉴스 채널을 틀어 놓는다. 토스트를 하기 위해 식빵 두 장을 토스터기에 끼워 두고 냉장고를 연다. 달걀 두 개와 우유, 딸기잼을 꺼내 싱크대 위에 올린다. 시간 계산을 하며 먼저, 달걀 두 개를 부친다. 두 개 모두 아이가 먹을 것이다. 나를 위해 온전한 달걀 프라이를 하는 일은 드물다. 아이에게 주고 남은 계란말이 몇 조각을 먹는 게 전부다. 구워진 식빵에 딸기잼을 바르고 달걀 프라이 두 개를 넣은 토스트를 접시에 담는다. 우유를 컵에 붓고 아몬드, 호두 몇 조각을 접시에 함께 담아둔다.
그 사이 아이는 내가 난방텐트 안에 미리 넣어둔 옷과 양말, 속옷을 입고 신은 채 거실에 나왔다. 영어 듣기를 목적으로 보는 원어 만화를 보면서 아침을 먹는다. 나도 싱크대 앞에 서서 아침을 챙겨 먹는다. 메뉴는 어제 먹다 남은 밥과 역시 어제 먹나 남은 불고기. 남은 밥 덩어리를 누룽지가 붙어 있는 압력솥에 넣고 물을 부어 끓인다. 숟가락으로 바닥에 붙은 누룽지를 긁어서 한소끔 더 끓여 국자로 옮겨 담는다. 그 위에 냉장고에서 꺼낸 불고기를 그대로 올린다. ‘이렇게 하니 본죽에서 파는 쇠고기 죽 같다.’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숟가락으로 떠 후후 불며 마저 먹는다.
아침을 다 먹고 만화 한 편을 본 아이는 세수와 양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보일러를 켜지 않아 아이는 찬물로 씻고 나왔다. 외투와 가방, 마스크를 챙겨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아이에게 손 흔들어 인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집 앞의 계량기의 숫자를 확인한다. 집에 돌아와 달력에 확인한 숫자를 적는다. ‘음. 이 정도면 선방했군.’
어제는 비가 종일 오더니 오늘은 날이 흐리다. 어둑한 실내에서 불을 켜지 않고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기 시작한다. 이러다 눈이 갈 것같은 예감에 스탠드를 가져와 연결한다. 강의를 다 듣고 나서는 커피 믹스를 한 잔 한다. 바닐라라떼가 너무나도 먹고 싶지만 지금 먹는 봉지 커피를 다 마시기 전에는 어림도 없다. 날씨가 서늘해 이불위에 겹쳐 덥고 자는 무릎담요를 가져와 몸에 두른다.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다. 봉지 커피로 이번엔 아메리카노 한 잔과 지난 주말 선물 받은 쿠폰으로 산 빵 봉지를 연다. 입맛에 맞지 않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 참고 먹는다.
속이 더부룩하다. 창에 비치는 그리 밝지 않은 빛에 의지해 책을 읽는다. 손이 시려와 한쪽씩 목덜미를 만지며 녹인다. 따뜻함이 그리워진다.
큰맘 먹고 전기장판 스위치를 켜둔다. 따뜻하게 데워져 있을 난방텐트 안을 기대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의 주제는 <내핍 생활 일지>.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제 글이 마무리된다.
따뜻한 이불을 덮고 몸을 녹일 생각을 하니 벌써 행복하다. 최소한이 퇴고도 없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