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챠 Sep 24. 2023

아름다운 것

귀가하던 만원의 지하철에서 나이가 예순은 될 것 같은 분께서 슬슬 배가 나오기 시작한 내게 앉으라 하시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셨다. 당신도 이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서서 가시는 것이 고단할 것인데, 그리 젊지도 않은 몸이 피로를 더하기만 할텐데도. 그날은 그 자리가 몸이 무거워지니 힘들지 하는 위로처럼 들렸다. 나보다 이러한 경험을 먼저 해보신 어른께서, 다들 그런 거 겪는 거고 내 시절에는 더 힘들었다 하고 젊은 나를 봐주시지 않고, 그래 힘들지 라고 하시는 듯한 감상에 젖었다. ​


자리를 양보한다는 건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먼저 나서서 배려하는 것. 그러니까 침몰하는 배에서 자신보다 앞서 노인과 약자를 탈출시켰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했던 양보와 이 지하철에서의 자리 양보가 다르게 않을 것 같다고. 그게 뭐가 그리 다르겠냐고. 이 마음이 위기의 순간에 발현되면 그런 모습이리라고. ​


당신께서도 힘드실 것인데 한참 젊은 나를 위해주시던 그 어른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집에 가는 길에 보았던 담장을 감싸 안으며 자라난 장미만큼 아름답던 순간.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가지고 나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