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많이 받고 힘든 직장 vs 적게 줘도 프리 한 직장
3월 말까지 근무하고 실업 급여를 신청했다. 준비한 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재취업이 조급했고 한 달만 쉬고 집 근처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게 됐다.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했고, 점심이 제공된다는 점에 큰 메리트를 느꼈고. 1년 근무는 쉽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고용노동부에도 내 취업 사실을 알렸다. 1년 후 조기재취업수당을 직접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는 확답을 받고 근무를 하기로 맘먹었는데, 정확히 10개월 뒤. 당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심플했다. 내가 회사에 관해 하소연한 심정을 담은 글을 블로그에 발행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충분히 사장님께서 기분이 나쁘실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당일 모두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미 신뢰 관계가 깨진 상태라 더 이상은 같이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오늘 바로 정리하자고 하셨다.
(회사 정보 관련한 어떤 것도 글에 적은 적은 없다.)
솔직히 처음에는 멘붕이었다. 3월 말에 중기청 연장 심사도 있었고, 2개월만 더 채우면 퇴직금도 조기 재취업 수당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쩌면, 내가 그만큼 힘들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회사라는 사회와 내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은 항상, 출퇴근 없이 집에서 근무를 하는 삶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로 출퇴근하는 것 자체가 나라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해내야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회사에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타칭 프로 이직러인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가
급여를 많이 주고 일이 많은 직장 vs 적게 주고 편한 직장
에 대한 답을 얻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의 정답이 아니라 내 기준의 정답이다.
적당히 주고 적당히 일하는 회사에서도 근무해 봤지만, 사실 그건 이상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역량에 따라 무조건 일을 더 주게 되더라.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급여가 많고 적고는 그다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줘도 내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면, 그 직장은 어차피 오래 다닐 수가 없다. 3개월만 일하고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직장이 나한테 그랬다. 내가 하기 싫은 일 + 마음 불편함.
적게 주고 편한 직장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적은 월급에 내 노후 준비까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평생직장도 없는 마당에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얼마를 받든 내 미래를 위한 준비는 해둬야 하니까.
준비가 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백수 생활이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내면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 내가 좌절해 봤자, 어차피 이미 일어난 일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어쨌거나 살면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