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 읽는 동시
거기서 나를 기다리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외로운 고래
하늘이 꽁꽁 얼어 파란 날이야
넘어져 까진 무릎에서
꽃마리가 송송 피어나고 있어
붉고도 파란 꽃마리를 안고
나는
고래를 만나러 갈 거야
울컥울컥 파도를 삼키며 가면
소금기에 코가 찡해지면
거기서 나를 기다리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외로운 고래
나는 고래의 파란 등에 기대어
휘파람을 불 거야
노래를 부를 거야
하늘 높이 고래 분수를 쏘아 올릴 거야
작아서 외로운 꽃마리를 안고
함께
파란 고래가 되어
--동시집 <책 알레르기> 추수진 / 보림
꽃마리는 산과 들, 길가에서 4월부터 7월까지 흔히 피는 들꽃이다.
꽃차례가 말려 있다가 피기 때문에 '꽃마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봉오리일 때는 살짝 붉은빛을 띠는데 꽃이 피면 파란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꽃이 워낙 작아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내가 꽃마리처럼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
내 안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파란 고래를 만나러 가자.
고래는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흰긴수염고래(blue whale). 흰수염고래, 청고래, 대왕고래라고도 한다.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큰 동물로 최대 길이가 30m에 달하며 멸종위기로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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