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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Feb 09. 2024

그냥 아는 사람

당신의 오늘을 기억하는 이스탄불

'Mia', 내가 아침이면 자주 가는 공원에 미아라는 친구가 있다. 어느새 3년째 녀석을 만난다.

 아침이면 공원 입구에 나와 주변을 살피고 낯선 이에게 큰 소리로 짖는다.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공원에 오는 그저 낯설지 않은 사람이다.


 그리고 며칠 후 본 미아는 어떤 아저씨 옆에 앉아 배를 보이며 누워있다. 아저씨는 무얼 먹으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녀석을 계속 쓰다듬는다. 녀석은 이미 아저씨에게 자신의 마음을 맡겼다.

 나는 '미아'라는 이름과 집, 품종, 돌보아주시는 분을 알지만 나란 사람은 여전히, 그 녀석을 함부로 만질 수 없다. 

 그냥 내가 아는, 동네 .


 어느 때처럼 사람을 만났다. 누군가 내게 그 사람 아냐고 물었다. 그리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나는 짐짓 모르는 척, 한참을 듣는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의 직업, 가족관계, 남편 직업, 살던 동네, 추정하는 부의 수준, 그 집의 슬픔, 기쁨까지 하나씩 말한다.


 아마도 지금 말하는 이는 나도 그 사람을 알 거라는 것을 모르나 보다. 나는 짐짓 모르는 척,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이미 그 사람이 내게 말했어라고 말하기에는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 속 슬픔의 무게가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참을 그 사람에 대해 말하다가 내게 그 사람이랑 친하냐고 물었다. 더 말하고 싶나 보다. 나는 그때,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관심 없는 듯,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이를 먹으니, 그냥 아는 사람이 가끔 생긴.


 어쩌면 말을 줄이고, 너에게 그냥 아는 사람 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을.

 이른 아침, 내가 아는 동네 개 '미아'에게 신나게 떠들던 너를 말해본다.


 "그냥 아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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