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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Nov 08. 2024

우리 집에 초록 공룡이 오던 날

아들과 이스탄불 장난감 박물관 İstanbul Oyuncak Müzesi

 아주 가끔 한국에 있는 나의 오랜 친구는 내게 물음을 보낸다.


 "뭐 하냐?"


 별 말없이 답장으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스탄불 동네 사진을 보낸다. 우리는 6시간의 시차를 두고 지구 속 다른 공간에서 여전히 같이 살고 있다. 

 이제 다시 일하는 엄마로 한창 바쁜 일상을 보내고 늦은 오후 속 그녀. 그리고 나는 이제 막 아침, 햇살이 이제 이스탄불로 올 차례다. 나는 방금 아들을 등교시켰다. 사진을 본 그녀는 내게 탄성을 보낸다.


 "까약! 사진으로 봐도 이렇게 봐도 멋진데. 실제면 얼마나 예쁠까?"

 "근데 우리 고향에 **대공원 있잖아. 거기에 튀르키예 국기 날리면 이거랑 똑같아. 아하하."


 몇 번의 대화가 이어지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이스탄불, 이곳을 살지 않고 잠시 여행으로 왔다면 어땠을까. 


 이곳의 여행객이 아님에도 여전히 타국의 이방인으로 사는 나는, 조용히 내가 보낸 사진과 지금 내가 눈으로 보는 풍경을 번갈아 바라본다.


 "어쩌면 이곳의 일상 너무 익숙해져서,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모두 잊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는 장식을 씻어 꺼내놓았더니, 아이는 트리를 모두 꾸미고 난 뒤에 주변에 하얀 눈이 왔다며 흰 종이를 들고 와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걸으며 가을이 와 떨어진 나뭇잎은 두꺼운 책 사이에 머물렀다. 그리고 정원의 소나무 가지는 아들이 만든 마을의 큰 나무가 되었다. 집에 있는 상자를 잘라내더니,  마을 눈을 치우는 스노우플로우(눈을 제거하는 중장비)를 위한 주차장을 만들었다. 그리곤 집에 있던 공룡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만든다. 녀석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여름, 재고정리를 위해 이스탄불 마트에 한구석에 가득 쌓여있던 크리스마스트리는 우리 집의 겨울의 초입에서 북유럽 땅의 겨울나무가 되었다. 우리는 그 옆의 작은 식탁에 앉아 저녁밥을 나누어 먹는다. 스노우플로우는 연기를 뿜는다. 그들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나보다.

 

 아들과 내가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 깊이 잠든 밤, 스노우 플로우와 한참을 일을 하 아들이 만든 초록 공룡과 장난감 친구들모두 모여, 와글와글 떠들며 호숫가의 따뜻한 화롯가에 모여 코코아를 나누어 마신다.   


 이스탄불의 겨울나무는 어쩌면 그저 누워있었을 그들을 호숫가로 불러 모아 오늘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나누며 우리가 잠든 가장 깊은 밤을 반짝인다.




https://maps.app.goo.gl/fMoe4t4VLPfM43x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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