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작가의 작업은 기존의 계층적 규범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자, 존재론적 평등을 추구하는 실험이다. 그녀의 회화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 간의 구별은 없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형상은 모두 동등한 존재로 다뤄지며, 그 자체로 각각의 역할과 이유를 지닌다. 이남주는 이러한 점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모든 요소들이 그것만의 고유한 역할과 비중을 가지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모든 인물과 객체들이 동일한 존재론적 가치를 지니며, 서로 엮여 있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녀의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빛과 어둠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려내는가에 있다. 이남주는 펜옴브레(회색 어둠)*를 통해 빛과 어둠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완전한 어둠도, 완전한 빛도 없다. 그 대신 두 상태 사이에서 떠도는 중립적이고 불확실한 상태를 그려낸다. 이 방식을 통해 그녀는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가 명확한 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열림과 닫힘, 빛과 어둠의 이중적 구조 속에서 인간 존재는 그 경계선 사이를 오가는 불확실한 존재 상태를 중립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이남주의 작품에서 빛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존재론적 평등을 시각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빛은 주인공을 강조하는 도구가 아니라, 모든 존재가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증명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녀는 빛을 통해 존재의 평등성을 명확하게 전달하며, 이 빛은 결코 어떤 특정 대상을 강조하지 않는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미술에서 자주 다뤄지는 ‘중심’과 ‘주변’의 구분을 넘어, 존재의 본질적 평등에 귀를 기울에게 된다.
사진 = 김지수, 이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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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옴브레(pénombre):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반그림자" 또는 "반빛"을 의미한다. 이는 완전한 어둠과 완전한 빛 사이의 중간 상태를 가리키며, 주로 빛과 그림자 간의 미묘한 그라데이션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이 개념은 물체에 빛이 닿은 후, 그림자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반사된 빛이나 어두운 부분의 변화하는 상태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