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도로 그린 그림 <해금강 물마루> 이야기

제2장 선물


김현지, <해금강 물마루(The wave crest of Haegeumgang)>, watercolor on paper, 52.8×37.8cm, 2007


 2007년 한여름인 8월 초. 작품을 제작하는 데 온 힘을 쏟은 열정으로 모든 에너지를 불태운 후였다. 재가 된 몸으로 탈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일주일간 집 안 거실·방에서 생활했다. 바다에 가고 싶은 소망을 화폭에 담아 마음을 달랬다. 


 그 간의 쉼으로 몸이 회복되자. 바다로 가고 싶은 내 마음을 아셨는지. 엄마가 모녀 둘만의 당일치기 휴가를 외도 해금강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8월 한여름 정점. 홀로 그림을 그리며 바라 왔던 파도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흔쾌히 따라나선 모녀 휴가. 


 장마철. 약간 흐린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비를 맞는 해금강을 유람선 위에서 바라봤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엄마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휴식을 즐기면서 파도를 보는데, 하늘 위에서 이슬비가 내려와 해금강 일부가 되는 유기적인 물 순환 과정.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모습. 곡선일 것만 같은 강의 표면이 조각가가 손으로 조각하는 마냥, 바람의 움직임과 교감하며 날카로운 면과 선으로 구성된 삼각 도형 파도. 여러 개 도형이 모여 해금강 전체가 되는 모습. 물방울이 뱃머리에 튀어 다시 낱알로 흩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본 형상을 다시 화폭에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해금강 위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유심히 관찰해 눈으로 촬영했다. 집으로 돌아와 잔상으로 관념화해 파도를 그렸다. 삼각 도형의 물마루를 클로즈업해서 표현한 작품이 <해금강 물마루(The wave crest of Haegeumgang)>다. 그때는 날씨가 흐렸지만, 내 마음속에 있는 파도여서 푸르고 희망적이다. 


 이 그림 덕분에 2011년 현대모터 매거진 7월호 표지 작가로 선정됐다. 2010년에는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건물에서 열린 아시아프(ASYAAF: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 Art Festival)에서 전시했다. 아시아프는 조선일보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아시아의 대학생과 청년작가 미술 축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도로 그린 그림 <은혜의 파도>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