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my Page & Robert Plant- The Rain Song
Jimmy Page & Robert Plant - The Rain Song:
비가 온다. 이를 때면 창을 열고 비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빗물의 떨림을 현에 실어내거나, 가만히 내리는 비에게 괜한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어 진다.
비의 노래 한 곡을 찾아들어야겠다.
메탈릭 하지만 소프트하면서도 기타 현의 떨림에 촉촉한 물방울이 튕겨 나올 것 같은 명곡.
제목이랍시고 쓰고 보니 제법 긴 것 같다. 제목만으로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겐지 보여주려는 욕심이 앞섰나 보다. 그렇다고 줄여서 짧게 만들 생각도 없다. 그것은 이 위대한 곡에 대해서 어떤 미사여구를 덧붙인다고 해도 부끄러움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저 멀리 가마득하게 앞서 나간 곡을, 마음이 먼저 뒤따르고 글은 겨우 뒤뚱거리며 따르고 있을 뿐이다.
안개 같은 비가 오는 날, 볼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결 같은 빗물이 보도 위에 떨어져, 통통 동그랗게 튕겨 오르면서 뿜어내는 것 같은 소리, 이 시대 최고의 명연주를 보잘것없는 스피커의 검은 소리 막의 진동으로 듣는다.
지미 페이지와 로버트 플랜트가 연주로 써내려 가는 비의 얘기, The Rain Song의 연주가 그것이다.
뭐라고 몇 마디 더 붙이고 싶다. 그래야만 빈약한 나의 지식의 부족함에 종이 가면 한 장이라도 덧씌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곡을 들을 때면 왜 이리 작아지는 겐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기 때문인지, 오늘은 어둠이 빨리 내려앉기를 기다리게 된다.
검은 밤에 덮인 세상이란 게, 비가 오더라도 비가 오지 않더라도, 빗물의 감성을 가슴에 가득 채우는 것쯤은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가려줄 것이기에, 숨어서 혼자 듣다가 그냥 슬쩍 울어도 된다는, 위안을 주나 보다.
이 명곡, The Rain Song은 하드락의 두 전설이 연주하지만 거친 숨을 내뿜을 필요 없는 소프트 락의 정수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어설프게나마 이 연주를 흉내 내다보면 날카롭게 날을 세운 손가락 끝의 신경은, 한 토막 한 토막 익어가는 현의 떨림이 주는 기쁨에, 아픔이란 것도 넘어갈 만한 것임을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에는 뽀글해진 파마머리로 로버트 플랜트를 흉내 내게 하였다.
곡의 인트로도 인상적이지만 중반, 기타를 쓸어내리는 지미 페이지의 현란하고 아름다운 진행 기법은, 가슴을 후련히 쓸어내린다. 잠시 기타의 연주에 빠져 머뭇하는 사이 로버트 플랜트의 목소리에 실린 Rain은, 이내 도시의 바닥에 부딪혀 토독 토독 뛰어오르는 비를 묘사하고 있다.
오늘 같은 날이면 더욱 듣고 싶어 진다. 비가 내리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 같은 날, 비가 내리지 않지만 비가 내리는 것 같은 날, 정형성을 갖추지 못한 비를 가슴으로 맞는 날, 헤드폰을 머리에 둘러쓰고 혼자서 듣고 싶다.
이 공연은 보컬과 기타,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가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 것이다. 사실 이 연주에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협연이라기 보단 그저 뒤를 받쳐 준 것에 가깝다. 하지만 워낙 위대한 연주와 함께 하기에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 이 두 명의 대가들 또한 전자적 음향을 버리고 아날로그 기타로 비 Rain를 해석한다. 그래서 더 좋은 곡이다. 그래서 수많은 연주 중에서도 Rain을 더 제대로 표현한 곡이라 할 수 있다.
Jimmy Page & Robert Plant - The Rain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