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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지는 날

음악 에세이 <별이 진다네>

별이 지는 날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배낭 속에 대충 쑤셔 넣고 나섰던 

오래전 그 해의 혼자 나선 길에서


아직 쌀쌀한 겐지, 벌써 쌀쌀해진 겐지 

당최 구분할 수 없는 계절의 

깊고 검푸른 밤의 며칠을

바람 스산한 화왕산의 정상 구릉에서

마른 갈대에 바람 스치는 소리를 

밤 친구의 콧노래 삼아 

길고도 길게 지새웠지 

     

하늘이 가깝던 산정의 머리 위에서

갓 망울 벌린 수줍은 꽃송이 같이 반짝이던 

별들이 왜 그리 시렸는지

그래서 왜 그리 슬펐는지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뽀얀 별 빛에 

영혼까지 온통 물들 것만 같았고

총 총 제 자리를 밝히던 별에선

금세 눈물 방울이 도로로 똑

머리 위로 떨어질 것 같았지

     

갈대숲을 지나는 바람에 쓸려간 별빛은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서

조막만 한 옹달샘이 되기도

검청의 너른 바다가 되기도 하였지     


그러다 별 하나가

인식하기 어려우리만큼 짧은 찰나에 

문득 무리를 벗어났지


잠시 인간 땅을 향하던 그 별은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컴컴한 우주 저 너머로 사려져 갔어     


아마 그 별은 유성이 되었을 거야

유성은 지구를 찾아오는 것만이 아니라

지구를 떠나기도 한다는 것을 그날 알게 된 거야


어쨌든 그 별은 제 머물 곳을 찾아 

무량의 시간을 떠돌아야 하는 운명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인 거지     


그 자그맣게 반짝이던 여린 몸으로

길고 고단한 유랑의 길을 어찌 감당하려

혼자 떨어져 길을 나선 겐지

안쓰러움에 눈을 뗄 수 없었어     


하긴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날, 그 산 정상 바위 땅 갈대 사이에

겨우 뿌리박은 홑겹의 텐트 하나로 몸을 가린 

여윈 나나 그 별이나 

별반 다름없는 것만 같았지     


어떤 별은 져도 별똥별이 되진 않아

그냥 검청의 하늘 너머로 아득하게 사라져 갈 뿐이야

그게 유성의 운명인 게야    

 

유성은 언젠가, 먼 언젠가의 뒷날과 뒷날에

그 자리에 다시 텐트를 치게 될 

중년의 한 사내를 찾아올 거라는

약속을 밤하늘에 새겨 놓았지     


그래서 그 사내는 아직 그곳을 서성이고 있는 거야

밤이 되면 버릇처럼 어둠 너머 먼 하늘을 바라보며

벗어나지 못하는 깊은 언약처럼

슬픈 가슴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야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그 궤적 긴 별은 별똥별이 되겠지

그때서야 비로써 그 별은 

사내의 가슴에서 지게 될 거야

어떻게 하지, 그날 더 슬퍼지게 되면

그 능선을 영원히 내려와야만 하는 겐지     


----- ***** -----

음악 에세이, 유툽에서 <별이 진다네>

이소라의 감성: https://youtu.be/RgNXI4vK1Nw

원 앨범 곡: https://youtu.be/ciBisqVQ6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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