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포도청인 나는 매일, 매주 다른 글을 써야 했으므로 영화를 보거나 강아지를 데리고 밤낮없이 산책하는 것으로 바닥에 있는 내 마음을 끌어 올려야 했다.” -프롤로그 中, 문하연 작가
그림과 예술가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더 얻고 싶은 마음에 이번 문화 초대에 응했지만, 별개로 다른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바로 그림에 담긴 진심은 누군가에게 닿아 그를 어딘가로 인도한다는 것. 저자의 고백을 들으니, 누군가의 삶이 그림에 감동할 수밖에 없어서 나온 글인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런 구성의 책이 드문 건 아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림이 주는 진심은 쉬이 떨쳐내기 어려운 위력을 지녔다는 것.
그림과 예술가의 이야기를 완전히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 사람의 생애를 떠나 존재하는 그림도, 그림 없이 존재하는 예술가도 없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렘브란트다.
“고흐는 이 그림을 보고 ‘너무나 비극적’이란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고 한다. 80여 점인 그의 자화상은 그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자서전이다.” (37)
렘브란트는 다른 사람의 초상화 뿐 아니라 자화상도 꾸준히 그려서인지, 그는 그의 생애를 그림으로 더욱 직접적으로 말하는 느낌이 든다. 명암대비가 극도로 대비된 카라바조의 빛, 자연광을 사용해 사진보다 현실적인 페르메이르의 빛 사이 어딘가에 있는 렘브란트의 빛은, 말년의 그의 머리에 비치고 있다. 젊은 때 누렸던 영광의 빛이 말년에 스러지는 그의 생애를 닮은.
이런 비교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그래도 어쩌면 살면서 그림을 팔고 낙을 보기라도 했던 렘브란트는 차라리 나은 경우일지도 모른 생각이 든다. 생전 그림을 딱 한 장 팔았던 고흐나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와 이별하고 쓸쓸히 죽어간 모딜리아니에 비하면 말이다. 물론 이 두 작가의 그림은 현재 억대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슬프지만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 사실은, 가난한 생애일지라도 그림은 가난하게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잔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고 피카소는 <목욕하는 사람들>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곧바로 모티브를 가져와 20세기 최고의 걸작이라 불리는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렸다.” (81)
“11세의 어린 나이에 파리국제박람회에서 본 쿠르베의 그림에 깊은 감동을 느낀 메리는 화가가 되리라 마음먹는다.” (87)
“고흐는 밀레의 그림 복사본을 모사하며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 (115)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흔드는 예술가의 생애만큼 인상적이었던 건, 작가들이 동시대를 살았다는 사실 자체였다. 그들의 삶은 교차하며 영감을 공유했다. 예술가들은 롤모델로 계승되었다.
글로는, 피카소와 메리 카사트의 감정을 ‘충격’이라든지 ‘깊은 감동’ 정도로만 표현할 뿐지만, 그 감동은 사람의 나아갈 길을 인도할 만큼의 힘 있는 것이었다. 이 힘은 아무에게나 발휘되지 않는다. 그림을 대면하고 감동할 수 있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능력이라면.
“사람들은 <연인들>의 모티브가 엄마의 죽음 장면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지만 그는 말도 안 된다며 부인했다.” (215)
마그리트의 일화를 읽으며 예술가로 하여금 ‘예술 하게 하는 근원’이 흔히 상처나 인생의 결점으로 오해되는 장면을 또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부터 삶에 그림이 특별한 역할을 했다는 해석을 위해 예술가의 비화를 부각하는 글이 예술과 예술가를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예전부터 그림과 예술가의 이야기를 어떤 관점으로 보면 좋을지 고민이기도 했다.
“내 그림들은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혁명적인 것은 아니다. 왜 내 그림이 호전적이기를 기대하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림이 내 삶을 완성했다. … 내 그림이 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었다.” (271)
이 책을 통해 결론을 얻었다. 그저 그림을 그리며 삶을 살아낸 예술가의 말만이 유효할 것이라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받은 고통에 비해 오히려 담담하게까지 느껴지는 프리다 칼로가 남긴 말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예술가의 삶을 특별히 불행하다거나, 행복하다거나, 성공했다거나, 망했다거나 하는 프레임으로 이해하지 않는 것. 그저 살아진 삶 속에 남겨진 그림, 생애 그대로의 그림을 알고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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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락방 미술관>은 그림보다는 예술가에 더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그림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확실히 각 챕터를 읽고 나면 그림보다는 예술가의 생애에 관한 감상이 더 짙게 남았다. 예술가의 생애를 주연으로, 그림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몇 편의 극을 본 것 같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해당 예술가와 그림이 관련된 세계의 미술관을 소개하는 구성은 실용적이어서 좋았다. 책을 읽을수록 원화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그림과 작가에 관해 쉬운 방식으로, 그러나 깊이 탐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리뷰는 문화예술플랫폼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의 문화초대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