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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 Apr 13. 2024

아이슬란드에서 캠핑을 - 2. 긴 하루

Icelandic Journey : Road of the ring


출발의 아침이 밝았다. 오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슬란드 국제공항인 케플라비크까지 직항 노선은 없다. 우리는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하여 아이슬란드로 향하는 핀에어 항공편을 선택했다. 인천에서 헬싱키까지 약 9시간이 소요되었고, 헬싱키에서 케플라 비크까지 3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헬싱키 반타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했는데 돌아오는 항공편과 여행 목적을 물어보았다. 그렇게 경유 시간 포함 16시간을 넘도록 기다린 끝에 아이슬란드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핀에어 Entertainment System


아이슬란드 공항에 도착 한 후 특별한 입국 심사 절차 없이 곧바로 짐을 찾을 수 있었다. (경유지에서 미리 심사를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슬란드 공항이 여타 공항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짐을 찾고 나가다 보면 입국장 도착 전에 큰 마트 같은 장소가 나온다는 것. 이곳에서 주류 등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항을 나서게 되면 vinbudin이라는 가게에서만 술을 구매할 수 있는데 도시 지역에만 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곳에서 위스키와 코냑,  와인 등을 구매하였다. 입국장 밖으로 나와 환전을 한 후 곧바로 밖을 향해 걸었다. 아이슬란드 공기가 무척 궁금했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 곳에서 아이슬란드 첫 번째 장을  본다



아이슬란드의 6월 초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환절기이다. 겨울 같은 봄이 지나고, 가을 같은 여름이 찾아오는 시기. 공항 밖으로 나가자마자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은 12도, 초속 5m정도 바람. 첫 느낌은... 춥다 였다. 생각보다 추웠다. 비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가을보단 겨울웠다. 다시 공항으로 들어가 레이캬비크행 셔틀버스 노선을 알아보았다. Grey Line과 FlyBus라는 회사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Grey Line을 이용하였는데  우리 숙소에 가장 가까운 호텔 근처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친절하게도 직원이 우리 숙소 위치를 확인 후 가장 가까운 호텔을 알려주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레이캬비크 터미널까지 이동 후 밴으로 갈아타고 숙소 인근 호텔에 내렸다. 공항에서 수도인 레이캬비크까지는 버스로 약 4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케플라비크 공항에 있는 동상. 프로메테우스 영화가 떠오른다


호텔에 도착한 후 우리는 첫날 숙소로 향했다. 현지 시간은 오후 7시가 다 되었고 우리는 20시간 넘도록 같은 하루에 머무르고 있었다. 몸은 꽤나 피곤했고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여행을 위한 휴식이 간절했다. 그러나 우리를 기다린 것은 달콤한 휴식이 아니었다. 우리는  에어비엔비 애플리케이션에서 캡처한 숙소 주소에 포함된 번호가 건물 번호가 아닌 우편번호였단 사실을 모른 채 조그마한 동내를 배회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건물을 찾기 시작했다.  캐리어를 끌고 온갖 시끄러운 소음을 내뿜으며 방황하는 우리를 가엽게 여긴 어느 동내 의인(?)의 도움으로 우리는 숙소 건물 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데, 도로명 옆에 숫자가 따라오길래 당연히 건물 번호라고 생각한 게 패착이었다. (에어비엔비에서 숙소를 예약하는 경우, 정확한 건물 번호를 포함한 주소는 호스트로부터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수신 받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공항에서 유심이라도 샀었다면 상황이 좀 더 나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유심조차 사지 않았다. ) 그렇게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드디어 첫날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삽질의 발단이 된 Skipholt 105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음날 동선 및 계획을 세웠다. 한 번 삽질을 했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했다. 자기 전에 밖을 보니 여전히 밝았다. 예상은 했지만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을 직접 보니 신기했다. 백야는 칠흑 같은 밤에 대한 그리움도 만들지만, 여름의 아이슬란드 여행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지지 않는 태양과 함께 본격적인 아이슬란드 여행을 앞두고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3부에서 계속]

※ 아이슬란 여행기는 2017년에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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