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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은 Oct 15. 2021

나이키 서울은 공간을 어떻게 미디어로 만들려고 하는가?

공간이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저에서 시작해야 한다.

애플과 나이키는 모두 탄소중립. 탄소절감을 브랜딩과 마케팅 중심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 결은 사뭇 다르다. 애플의 탄소중립은 재료 공급사의 탄소중립 기준은 RE100을 지킴으로서 시작한다. 이는 애플이 제품을 만드는 구조 때문이다. 애플 본사는 디자인과 기술개발만 한다. 아이폰과 맥 같은 애플 제품들은 모두 외주로 맡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애플이 지향하는 저탄소 정책은 애플이 주도하에 이뤄지는 고객사들과 협력에서 시작한다. 아이폰 13의 생산물량이 1000만 대 정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애플 제품은 이미 재활용이 공급사슬안에 들어가 있기에 눈에 잘 보인다고 말하기 어렵다. 출처:애플

또한 애플은 반도체 미세공정의 영향을 받는다. 애플이 생산하는 핵심 칩인 M1, A15, A14칩은 TSMC의 EUV 장비를 사용한 미세공정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미세공정 반도체 공정은 기본적으로 ‘고효율 증가, 저전력’를 전제한다. 그렇기에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 자체에 탄소중립이 일정 부분 반영되어 있다. 물론 반도체 산업 자체가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같은 면에서 애플의 저탄소 정책은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애플이 키노트에서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재활용 알루미늄. 탄소중립은 ’ 공급사슬’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애플이 만드는 제품은 대부분 ‘금속’이 많기에 재활용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크게 와닿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애플 제품 패키징에 사용되는 소재들이 친환경을 바뀌고 있지만, 애플 제품에서 친환경을 역동적으로 보기는 다소 어렵다.

나이키는 나이키를 대표하는 신발 제품군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애플과 다르다. 나이키는 확 와닿는다. 나이키의 탄소중립에 대한 슬로건인 “Move to Zero”와 함께 나이키는 기존 신발을 수거해 만든 스페이스 히피를 한정판으로 먼저 발매했다. 스페이스 히피의 반응은 좋았다. 이러한 좋은 반응은 스페이스 히피 모델의 꾸준한 출시로 이어졌다. 나이키는 더 나아갔다. 덩크로우, 포스, 블레이저 같은 나이키를 대표하는 신발의 밑창, 갑피에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나이키 블레이저 미드 77에는 재생소재를 20프로를 사용했다. 특히 블레이저 미드 77의 갑피는 100프로 재생소재로 만든 캔버스를 사용했으며, 재생 코르크도 사용했다. 베이퍼 맥스 2021년 모델은 재활용 소재 사용비율을 40프로까지 올렸다.

나이키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어'사용이다.

나이키는  'move to zero'라인을 본격적으로 출시하였으며, 이를 상기시키기 위해 '지속가능'을 나타내는 ‘로고’를 상품에 부착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기존 나이키 제품 중에서도 친환경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나이키가 후원하는 축구팀 유니폼에도 친환경소재를 적용해 나이키가 지향하는 탄소중립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확장했다. 

현재 나이키에서는 친환경소재로 만든 PSG,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리버풀 저지를 구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이키는 ‘저탄소’을 라이프스타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패션에서 '탄소배출 절감'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나이키는 '저탄소'를 기업의 정체성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나이키의 전략은 나이키 서울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나이키가 이러한 방향을 취하는 이유는 '관계'가 '기능'보다 더 중요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ESG라고 부르는 지속가능성도 결국 '지구'와 '사람'간의 관계에서 시작하니까.

재활용 소재의 밑창 패턴을 형상화한 수거함.

나이키가 짜고 있는 저탄소 전략은 그들의 기저를 분석해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도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산하는데 일조한 회사 중 하나다. 수많은 산업 쓰레기 배출에서 나이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사람들이 신발을 자주 교체해야 나이키의 매출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나이키는 나이키 서울에서 사용한 멘트는 그들의 ‘기저’다. [수선, 재사용, 재활용] 나이키는 탄소중립을 위한 ‘동참’을 사람들에게 권한다. 슬로건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정'이라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 무의식적으로 스며든다.

나이키 서울 1층에서는 [수선 서비스, 제품 회수,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나이키는 '저탄소'에 [미래, 여정, 움직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나이키의 탄소절감 움직임에 소비자들이 함께 동참할 것을 전한다. 결코 거대한 메시지가 아니다. ‘저스트 두 잇’같이 간결한 메시지의 연장선이다. 특히 [수선, 재사용, 재활용]이라는 단어에 여정이 붙는 순간, 이는 일상으로 변한다. 저탄소를 라이프스타일을 수식하는 은유적인 개념이 된다. 이를 통해 나이키는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이자, 미디어로의 브랜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이것을 실체로 보여주는 나이키 매장은 '미디어' 같은 공간으로 한 단계 올라간다. 

나이키 서울 자체는 공간에 힘을 넣지 않았다.
나이키 서울 매장에서 ''move to zero'같은 저탄소 관련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나이키 서울 매장은 총 3층이다. 1층을 제외한 2,3층은 1대 1 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제외하고는 일반 나이키 매장과 크게 차별화된 점은 없다. 물론 나이키 서울 근방에 있는 풋록커와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하다. 풋락커 명동은 신발을 효율적으로 판매하는데 집중한다. 전형적인 미국식 쇼핑몰이다. 나이키처럼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신발과 사이즈. 1인에서 4인까지. 개인에서 가족단위까지 쉽게 신발과 의류를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풋락커 명동은 효율적인 판매에 중심을 둔 공간이다.

물론 나이키 1층에서는 '저탄소' 메시지와 [Move to zero] 라인만 있는 건 아니다. 수선 서비스 앞에 커스텀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렇지만 그 주변을 "Move to Zero"메시지가 둘러쌓고 있기에, 커스텀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기에 눈에 잘 보일뿐이다. 그렇기에 나이키 서울이 추구하는 공간은 ‘멋짐’이 아니다. 판매도 아니다. 나이키 서울은  ‘move to zero’라는 나이키의 전략이 최우선이다. 나이키 서울은 ‘move to zero’에 진심이라고 할 만큼 공간의 많은 부분을 탄소중립에 할애하고 있다. 이것은 나이키 서울 1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 보아 알 수 있다.

건강, 회복, 영양 등 웰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이키 코팅 세션, 폐자재를 통해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는 트래쉬 랩, 원하는 디자인을 조합할 수 있는 나이키 바이 유,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이키 리페어, 픽업 서비스, 나이키 리사이클링&기부, 나이키 서울 런 클럽, 브로드캐스팅 부스. 1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저탄소'와 연결되어있다. 그 외에는 '경험'이다. 그렇기에 나이키 서울이 지향하는 공간은 '운동 경험'과 '탄소절감 동참'이다. 이를 통한 나이키 브랜드 메시지를 전파. 미디어로서의 공간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나이키 서울 공간 전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 공간 자체는 건물 프레임을 대부분 살렸다. 거친 벽과 철골 구조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1층을 2,3층 보다 높게 만들어 사람들이 나이키의 메시지를 최대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미 나이키는 조던, SKNR매장을 따로 만들어 나이키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이미 많은 판매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풋 락커처럼 제품 판매에 집중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를 활용해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매장에 지나치게 물건을 많이 가져다 놓을 필요가 없다. 사카이, 오프 화이트, 트레비스 스캇, 프라그 먼트 디자인, 클랏같이 협업 제품은 온라인 추첨으로 진행한다.

 개인적으로 사실 나이키 서울은 1층을 제외한 2,3층의 매장에서 기존 나이키 매장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나이키 조던 서울같이 나이키가 제공하는 다른 경험들을 다른 나이키 공간에 배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 서울 1층이 보여주는 모습은 나이키가 지금까지 걸어가지 않은 행보다. 무엇보다 나이키는 나이키 서울에서 나이키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노력하고 있다.

[보호, 동참] 나이키는 저탄소 전략을 알 수 있는 키워드다. 


공간이 미디어가 된다는 건 브랜드로 하여금 오프라인 공간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직접 눈으로 만지게 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정직해야 한다. 그렇기에 공간이 미디어가 되는 건 공간을 만든 주체가 공간을 통해 '무엇을 전할까?'에서 결정된다. 그 시작은 브랜드가 무엇을 하는가? 자신들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지는 일에서 시작한다. 동시에 결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말만 할 건가?” 아니면 “시간이 걸려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건가?” 둘 중 하나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공간을 만드는 이들의 몫이다.

그렇기에 공간을 만드는 이들은 언제나 자신이 만드는 가치의 '밑바탕'을 알아야 한다. 그와 더불어 밑바탕에 기반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 공간이 '미디어'로 나아간다는 말은 브랜드 혹은 개인의 '밑바탕'이 된 '경험 제공'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키는  나이키 서울에서 '저탄소'를 위한 여정을 고객들과 함께하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게 나이키의 전략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기에 나이키는 솔직하게 그들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나이키 서울' 안에서 자신들이 쌓은 문제점을 고객들과 같이 해결하자고 한다. 나이키가 '저탄소를 위한 노력'과 이와 연결한 '경험'을 공간 안에 집어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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