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종종 “인생은 마치 한 번 걸어가는 길과도 같다”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태어난 이상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우리의 인생길을 걸어가야 한다. 아름다운 들판을 걸어가며 부드러운 겨울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동산을 올라가며 봄날의 시원함을 느끼기도 한다. 바닷길을 걸으며 따가운 여름해를 느끼고 험한 산길을 올라가며 흘리는 비지땀을 가을비로 씻기도 한다.
이 길은 항상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없다. 태어나 엉금엉금 기어 다니다 자라며 달려 나가고 점점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말년엔 아주 느긋히 걷는다. 이 길은 모두가 똑같은 방법으로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유하게 태어난 누군가는 차를 타고 멀리 가기도 하고 불편하게 태어난 누군가는 평생 목발을 짚으며 만족할 만큼 가지 못한다.
이 길은 늘 평탄하지 않다. 언제는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이는 평탄한 길이 나오지만 금세 한발 내딛기도 힘든 뻘이 나오고, 모퉁이를 돌면 또 편한 내리막길이 나오지만 필연적으로 내려온 만큼 올라야만 하는 길이 나타난다.
물론 이 길을 걸어가는 우리의 속도도 늘 일정하지 않다. 박차고 뛰어나갈 때가 있으면 길 위에 주저앉아 울 때가 있으며 함께 손잡고 걸어갈 때가 있으면 혼자서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각 개인에게 주어진 끝을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종착지도 다 다르다.
단 하나 불변하는 인생길의 진리는 끊임없이 걸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힘껏 박차고 걸어가든 시간에 떠밀려 억지로 떠밀려가든 우리는 매 순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이미 돌아온 길을 돌아갈 수도 없다. 행복했던 순간이든 후회되는 기억이든 이미 지나간 길 위에 두고 온 것을 가지러 다시 되돌아가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 단지 추억할 뿐이지.
결국 나는 내가 죽기 전까지 내게 주어진 인생길이 어땠는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쉬웠다. 그래서 순례길을 걷고 싶어 졌다. 끝을 볼 수 없는 내 인생길을 대신해서 순례길을 걸어보려는 거다. 더욱이 하나님을 믿는 내게 순례자의 길은 그냥 하이킹 코스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부족하더라도 순례길을 내 인생길의 축소판으로 여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아름다운 볼거리도 없고 비와 눈이 내려 시리게 추운 겨울에 순례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아름다움에 정신이 팔려 하나님과 나에게 집중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동행도 구하지 않았다. 내 모든 이야기는 나,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 순례길 시작이다. 순례길을 걸으며 내 삶의 여정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을까. 이 길을 걸으며 삶과 죽음을 경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