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서너 살 무렵, 나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양쪽 청력을 잃었다.
유난히 잔병치레가 잦았으니 아마도 중이염이 앗아간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소리를 잃고 나서 나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고 한 대학교 부설의 언어치료실을 오가며 언어치료를 받았다.
아직도 선명한 기억 하나가 있다. 불이 모두 꺼진 집 안에서 엄마는 촛불 하나를 켜두고 그 앞에서 내게 'ㅅ, ㅈ, ㅊ, ㅌ' 발음을 가르치셨다.
그때의 나는 울면서 일렁이는 촛불 앞에서 수없이 입바람을 불고 또 불었다.
그 치열했던 엄마의 헌신 덕분에 지금의 나는 상대방의 입모양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비록 발음이 정확하지는 않아도 나의 목소리로 세상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지나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간의 직장생활을 거쳐 어느덧 30대 중반.
이제야 나는 마음 깊이 숨겨두었던 꿈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지금부터 이 서사를 하나씩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