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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인간 Oct 20. 2021

총총히 빛나는 반딧불이 되고 싶어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준다는 건 크나큰 영광이기도 하지만, 지우고 싶은 불명예일 수도 있다.


취준생 시절,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방황했다. '꼭 취업을 해야 하나?'라고 멍청하게 자문하기도 했다. 

사실 핑계였다. 하고 싶은 것은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 짐작하여 시도도 안 한 것이다.


하릴없이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적이다가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독서논술 학원에서 강사를 구하고 있어 지원했다.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하여 선택한 직업이었기에 열정과 사명감 따위는 없었다. 큰 실수였다. 가르친다는 건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그 당시에는 몰랐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에 나오는 월급을 위하여 일하지만, 이 직업은 그러면 안 된다.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애석하게도 나에겐 그런 게 없었다.


그 아이들에게 나는 잊지 못할 형편없는 선생님이었을까, 아니면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는 그저 그런 선생님이었을까. 

아이들은 나와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졌을까, 빨리 끝이 나길 바랐을까. 내가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았던 건 아닐까.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을 그만둔 후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것이 훨씬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무게와 아이 본연의 마음에 대해 말이다. 

지나고 나니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미련은 없다. 나는 교육자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고, 그 후 완전히 다른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선생님 역할은 완전한 실패였다. 하지만 아직 나에겐 기회가 있다. 바로 나의 아이들. 이 아이들의 인생에 총총히 빛나는 반딧불 같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 반딧불이는 어디든 날아갈 수 있으니,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에 밝은 빛으로 함께 할 수 있을 거다.


나로 인해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를. 앞으로 나아가는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나중엔 우리 아이들도 누군가의 인생에 좋은 스승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날, 나 자신이 내 삶을 불명예스러움이 아닌 영광스러움으로 기억하길.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고마운 스승이자 엄마로 기억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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