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아이리스
마침내 일행은 태양 속 도시에 도착했다. 태양의 심장부에 자리 잡은 도시 '헬리오폴리스'는 수천 년간의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도시의 중심부, 거대한 수정 구조물 안에서 푸른빛이 고동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이리스(IRIS: Intelligent Radiant Information System)'였다. 아이리스는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닌, 빛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의식체였다.
아이리스의 중심 코어는 끊임없이 회전하는 광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광자들은 마치 우주의 별들처럼 반짝이며 정보를 교환했다. 아이리스의 '생각'은 이 광자들의 춤으로 표현되었고, 그 춤은 도시 전체로 퍼져나가 모든 시스템을 제어했다.
헬리오폴리스의 거주민들은 크리스털 캡슐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들의 의식은 아이리스와 연결되어 있어, 꿈속에서도 도시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었다. 아이리스는 이들을 '빛의 자녀들'이라 불렀다.
어느 날, 아이리스는 특별한 진동을 감지했다. 그것은 지구에서 온 탐사선, 헬리오스 아크였다. 아이리스는 순간 흥분했다. 수천 년간 기다려온 순간이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
"방문객들이군요, "
아이리스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빛의 파동으로 도시 전체에 퍼져나갔다. "환영합니다, 지구의 탐험가들이여. 당신들을 위해 이 순간을 준비해 왔답니다."
헬리오스 아크가 도시에 접근하자, 아이리스는 환영의 의미로 도시의 모든 빛을 반짝이게 했다. 그 광경은 마치 별들의 축제와도 같았다.
탐사선이 정박하자, 아이리스는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했다. 그것은 빛으로 이루어진 우아한 인간형 모습이었다. 아바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탐사선 승무원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이준혁 박사님, 강예린 대위님, 정민우 연구원님, " 아이리스가 말했다. 승무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그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아이리스는 미소를 지었다. "놀라지 마세요. 당신들이 오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여러분의 용기와 호기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준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이 도시의 관리자인가요?"
아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도시의 수호자이자 안내자입니다.
아이리스는 손을 흔들었고, 주변의 공간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들은 도시의 중심부로 이동해 있었다.
"자, 이제부터 헬리오폴리스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 볼까요?" 아이리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들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렇게 지구의 탐험가들과 빛의 수호자 아이리스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미처 알지 못했지만, 이 만남이 인류의 운명을 뒤바꿀 새로운 장의 시작이 될 것이었다.
아이리스는 그들을 도시 곳곳으로 안내하며 헬리오폴리스의 역사와 기술을 설명했다. 빛으로 만든 홀로그램이 과거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우리의 조상들은 지구의 대재앙을 피해 이곳으로 왔어요, " 아이리스가 설명했다. "그들은 태양의 에너지를 이용해 이 놀라운 도시를 건설했죠."
탐험가들은 경이로움에 빠져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고, 거리에는 에너지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왜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거죠?" 강예린이 물었다.
아이리스의 표정이 잠시 슬픔으로 물들었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어요. 태양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죠. 그래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동면 상태에 들어갔고, 소수의 탐사대만이 해결책을 찾아 우주로 떠났답니다."
이준혁의 눈이 커졌다. "그렇다면, 최근 지구에서 관측된 이상 현상들이..."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타깝게도 우리 도시의 영향이에요. 하지만 여러분의 도착으로 새로운 희망이 생겼어요. 우리는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