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근대 영국의 민족국가 형성 과정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저자는 지리(영토), 신화, 몸, 그리고 지식인이라는 네 가지 범주를 중심으로 ‘영국성(Britishness)’이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를 분석한다.
영국은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라 켈트, 색슨(앵글로색슨), 노르만 등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다민족 사회였다. 따라서 내부 분열의 위험이 상존했으며, 이를 억제하고 통합하기 위해 여러 문화적 표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브리타니아(Britannia)와 존 불(John Bull)이다. 사회 지도층이 창조한 브리타니아가 국가의 권위를 상징했다면, 존 불은 민중의 정서를 반영한 인물로, 소박함·정직함·남성성·소탈함의 이미지를 통해 ‘평범한 영국인’을 대변했다. 오늘날에도 그는 여전히 영국인의 전형으로 남아 있다.
특히 영국 근대국가의 형성과정에서 스포츠가 수행한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빅토리아 시대에 이상적인 남성상은 ‘젠틀맨(gentleman)’이었는데, 이는 노동하지 않으며 품위를 지닌 상류층 남성을 의미하는 ‘젠트리(gentry)’의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제국주의의 팽창과 함께 ‘강인한 기독교도(muscular Christian)’라는 새로운 남성상이 등장하며, 신체적 단련과 도덕적 기율이 사회적으로 요구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튼, 옥스브리지 등 명문 교육기관에서 스포츠 교육이 제도화되었고, 20세기에 이르러 스포츠는 급격히 프로화되었다.
계층별 스포츠 문화의 차이 또한 흥미롭다. 상류층과 중상류층은 크리켓이나 경마 등 ‘신사의 경기’를 선호했지만, 노동계층은 축구를 즐겼다. 전자는 스포츠의 프로화를 경계한 반면, 후자는 이를 수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계층을 아우르는 통합의 매개로 기능했으며, 전쟁과 사회 혼란이 잦았던 20세기 영국에서 기율, 페어플레이, 자기 단련 등 국민적 덕목을 함양하는 데 기여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약 1년 전이었다. 당시 간단한 요약과 함께 짧은 소감을 남겼는데, 마지막 문단은 영어로 적혀 있었다.
What is noteworthy is that during the modernization process of South Korea, neither symbols nor sports played a significant role, which is probably the reason why it lacks the mechanism for social integration. Thus, there is an imperative need to create our own cultural symbols and national sports in order to make South Korea more united.
지금 돌이켜보면, 이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의 고도성장기 동안 ‘3S 정책’(Screen, Sports, Sex)이 사회 통합의 도구로 활용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기득권층이 스포츠의 사회통합적 기능을 간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문화적 상징의 부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