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는 공론장을 붕괴시킨다.
최근에 얼룩소라는 공론장을 지향하던 블로그 플랫폼이 파산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얼룩소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을 쓰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게 쌓이면 돈으로 인출된다는 구조는 많은 사람들을 얼룩소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올해 5월부터 포인트 자체를 없애버리더니 이제는 파산 신청을 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얼룩소에다가 글을 쓴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상공간에서의 공론장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본론에 앞서 여기서 말하는 '공론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과 혼동이 될 우려가 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공론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깔고 들어가겠다. 여기서의 공론장은 얼룩소와 같이 글을 쓰면서 논쟁을 하는 공간이라고 잠정적으로 정의하겠다. 조금 더 정치적으로 정의하면 국민의 힘이 2020년대에 세운 'HOWS'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만들어진 '당원존'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이러한 공간들도 어찌 보면 공론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룩소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국민의 힘의 HOWS와 민주당의 당원존을 언급하는 이유는 지금 이 두 공간도 얼룩소만큼 파산의 길은 아니지만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들의 공간이 본래의 의도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민주당 지지자들이 인터넷 공간인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된 이른바 기울어진 커뮤니티에서 벗어나서 민주당의 커뮤니티를 만들자 즉, 가상공간의 공론장을 만들자는 일부의 시도들도 마찬가지로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러한 공론장들이 지금 붕괴되고 있는가? 여러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공론장을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급하게 띄운 것도 문제가 될 것이고, 얼룩소처럼 갑자기 자기들이 자랑하던 상품을 없애버린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공론장이 왜 무너지는가에 대한 개개의 사정일 뿐이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지점이 커뮤니티다.
물론, 얼룩소도 그렇고 가상공간에서 공론장을 만들자는 일각의 시도도 넓게 보면 커뮤니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커뮤니티와 이들 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얼룩소나 2022년에 일어난 가상공간에서 등장한 시도들은 공론장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오게 하자는 목적성이 분명했다. 또한 이에 발맞춰 민주당이 당원존이라는 공론장을 만들고, 이미 그 이전에 국민의 힘도 HOWS라는 카페 형태의 공론장을 만든 바가 있었다. 정당들도 이러한 공론장을 통해 지지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이를 넘어서 정당의 정책과 당원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민주당과 국민의 힘에서 당원존과 HOWS를 만든 이후에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직접 와서 토론도하고 논쟁도 하고 국회의원들과도 직접 대면하면서 이들의 의견이 정당에 반영되었는가? 답은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있는 시기에는 대표 자신이 '노력'하려는 모습이 있었고, HOWS도 이준석이 국민의 힘에 있었을 때는 '조금은'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 조차도 '노력'과 '조금은'이라는 표현에도 나오듯이 냉정히 말해서 실패했다.
정당이 만든 공론장도 실패로 끝났는데 얼룩소와 2022년에 일어난 시도들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이 부분에서 커뮤니티를 지적하고 싶다. 최근 들어 커뮤정치라는 이야기가 2022년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계속 언급이 되었다. 당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커뮤니티에 접근하고자 시도를 하였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 정당들이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 커뮤니티에 있는 지지자들은 전체 지지자들 중에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가상공간의 그것을 일반화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당원존이든, HOWS를 만들어서 공론장을 지향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는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기존의 커뮤니티가 있는데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점도 있다. 왜 나서려 하지 않을까? 이는 2022년에 시도된 가상공간에서의 공론장 시도가 무너진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커뮤니티에서 맺어진 친목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어찌 보면 친목질이라는 가상공간에서의 금기 이른바 고인 물이라 불리는 이들만이 노는 그 문화 때문에 굳이 자기들이 시간을 써서 귀찮게 공론장에 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마 공론장에 나오라고 이야기하면 누구의 핑계를 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는 다른 공론장들도 마찬가지다.
설령 위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공론장에서 조차 또 다른 친목질이 생기는 점도 큰 문제이다. 이른바 커뮤니티 용어를 빌리면 '고인 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가상공간의 리젠을 차지하면서 자기들만의 친목질을 벌이는 바람에 새로 들어오는 '유입'들은 이에 부담을 느끼고 떠나는 것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기존 커뮤니티에서 가졌던 문제를 공론장이 가져와버린 것이다. 얼룩소가 갑작스럽게 무너진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결론적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한마디로만 이야기하자면 가상공간에서 공론장을 시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얼룩소의 파산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공론장은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심지어 가상공간이 공론장을 지향할 수 없고, 커뮤니티가 있는 이상 공론장은 성립할 수 없다. 공론장은 현실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가상공간에서 공론장을 지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