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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다이어리 : 불편감 _ 널 다시 볼 기회

검지손가락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by 프리여니v
날짜 : 2025. 10. 11. 금요일
날씨 : 흐림 ❘ 활동성 : 속 쓰림



제목
이 검지 송까라기는
만 삼세부터 까지기 시작하여...!!



겪은 일, 혹은 생각


오랜만에 네일을 했다. 몽환적 느낌이 낭낭한 자석 네일이었다.


나는 내 손이 예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또한 버석거리는 나뭇가지 같다고도 생각했다. 문득 내 손을 예쁘게 꾸며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틈만 나면 물어 뜯는 바람에 언제나 짧게 유지한 내 손톱도 예쁘게 길러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손가락 하나가 신경 쓰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다쳐서, 손톱 반쯤이 애매하게 날아간 나의 오른쪽 검지 손톱. 이 손톱의 한쪽 끝에 삐져나와 뾰족하게 자라는 손톱은 미세하지만 확연하게 나를 불편하게 했다. 이 작지만 확실한 손톱에 가짜 손톱을 붙이고 네일을 덮었다. 그렇다면 예뻐질 것이 뻔하니까.


그러나 예쁨도 잠시, 이번엔 답답한 불편함이 나를 덮쳤다. 역시나 하루 종일 그 손톱을 만졌다. 한 번도 길어보지 않은 손톱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자니, 어색함이 그 주위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난 그 인위적인 손톱을 오랫동안 만지고 또 만졌다.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손톱에 틈이 생겼고, 나는 그 손톱을 과감하게 떼어버렸다. 그랬더니 이전에는 없던 해방감이 찾아왔다. 그 해방감은 그 손톱을 다시 보게 했다.



그 일과 마주한 나의 감정 (복수 선택 가능)

☐ 기쁨 ☐ 평온 ☐ 슬픔 ☐ 분노 ☐ 불안 ☐ 혼란

☐ 충만 ☐ 지루함 ☐ 두려움 ☐ 기타 : 불편함 & 해방감




감정을 표현한다면


인위적인 불편함 vs 자연적인 불편함

_ 자연적인 불편함 압도적 승리!


감정에게 하고 싶은 말


안녕, 손톱에서 생겨난 불편함아!


그동안 자꾸 자라나 날 괴롭게 하는 이 불편함 때문에 검지손톱 널 조금 미워했었거든? 그런데 네일을 한 뒤 떼어보니 알겠어. 왜 난 널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불편하고 못생겨서 늘 부끄럽다고만 생각했거든. 이 감정을 전부 겪고, 인위적인 불편함도 겪은 뒤에야 난 깨달아. 그냥 이 모양 그대로여도 난 널 사랑해 줄 수는 없을까?


고마워. 모든 감정 전부...!! 이 과정 속에서 난 또 한 번 사랑을 찾아. 내 사랑은 점점 더 영역이 커지고 있어. 편해도 불편해도, 예뻐도 못생겨도, 전부 넌 나야. 난 나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감정을 유지한다면 그 이유


불편함을 통해 존재를 더 확실히 확인해. 마치 찬바람을 맞을 때 그 시림이 나의 뺨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것처럼.


감정을 바꾼다면 바꾸고 싶은 감정


자연적인 불편함, 인위적인 불편함을 넘어 이젠 이 전부를 경험한 어느 노자의 무심한 심정이 되고 싶어. 그 무심함은 세상을 포기한 무심함이 아니야. 이 무심함은 세상을 온전히 껴안을 때 나오는 무심함이야.


나에게 한마디


일평생 작은 손톱을 물어뜯어왔어. 불편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래왔으니 그냥 나에게 그저 당연한 거였거든. 근데 이번에 더 큰 불편함으로 내 손톱을 덮어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불편함은 어쩌면 카르마 같은 건 아닐까? 내가 평생 져야 할 짐은 아닐까?


그러다 연장 손톱에서 해방되었을 때, 난 다시 깨달았어. '아, 그 카르마도 내가 사랑할 순 없을까?'


왜 있잖아... 좋은 건 쉽게 사랑하지. 나의 예쁘고 건강한 구석구석은 전부 쉽게 좋아하잖아. 그런데 왜 나의 나쁘고 불편한 구석은 사랑할 수 없었지? 이유가 없이 그건 그냥 나잖아. 그런데 난 왜 그걸 경계 짓고 둘로 나눠온 걸까? 사랑할 것과 사랑하지 못할 것으로.


문득문득 불편하게 여겨온 검지 손가락이 나에게 말을 건 것 같아. "나도 너잖아." 그래, 너도 나야. 내가 날 나로서 인정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그리고 네 모양이 어떻든 널 사랑하지 않을 이유도 없어. "네가 내 손가락이어서 좋아." 그리고 이 생각을 내 손가락에게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아.



+Too Much Information 생각 정리


사랑은 언제나 있지만
언제나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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