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김남숙 with 꿀선생
때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성을 점령하던 시절, 나는 ‘당사자성’ 워크숍에 참가했다.
방영 당시, 배우 박은빈 씨의 사려 깊은 연기에도 여론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 이야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폐를 앓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자폐를 연기해도 되는가. 자폐의 특징을 모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가. 그렇다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은 예술에서 표현할 수 없는가. 연기하고, 쓰고, 촬영하기 전에 무경험의 예술화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워크숍의 내용이었다.
요즘에는 예술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신중함이 요구된다. 성희롱과 같은 범죄의 영역을 제외하고, 한국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꼽으라면 여성에게는 생리, 남성에게는 군대(징병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여성으로서 군대를 언급하기는 항상 조심스럽다.
게다가 군대의 문제는 학교폭력과 같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히 나눠지는 경우가 많아 예술로서 표현하기에 제약이 많다.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되, 피해자의 아픔이 이로 재점화되지 않아야 하며, 가해자의 변명을 전달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상으로 선정된 『파주』는 그러면에서 주제로는 파격적이나 플롯은 보수적이다. 위험하지만 안전하다.
여성은 군대 문제로부터 안전할까.
내 오빠, 남동생, 내 연인, 내 아들의 문제는 나와 무관할까.
그렇다면 여자는 군대를 이야기해도 될까.
여성은 어디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파주』를 읽으면서 떠오른 수많은 궁금증이 우리 마음에 오래 남길 ‘당사자가 아님’의 문제에 대해 분명한 길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