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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렌치 북스토어 Mar 17. 2024

오디오북으로 들어도
145시간 걸리는 문학 작품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계에서 가장 긴 책,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이 오디오 북으로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약 130만 단어, 그리고 약 9,609,000자를 포함하고 있는 이 책의 오디오북 길이만 프랑스어 버전 145시간, 영어 버전 153시간이라는 대대적인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초판, 1913년부터 1927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문학의 바다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1913년부터 1927년 사이에 프랑스어로 처음 출간된 시리즈 소설입니다. 총 7부의 작품으로 구성된 방대한 서사를 형성합니다. 작품이 여러 권으로 나누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지금까지 출판된 소설 중 가장 긴 소설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편 세트 13권, 민음사




작품은 총 일곱 편의 서로 연결된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대서사시는 프랑스의 귀족과 부르주아 사회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내면적 성찰과 성장, 그리고 인간관계와 사회적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시간의 본질을 탐색합니다. 각 권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서사 구조 속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인생의 다양한 단면과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잘 보여줍니다.


각 소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1편 스완네 집 쪽으로Du côté de chez Swann는 장대한 서사의 첫 번째 권으로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가족, 그리고 스완이라는 인물을 통해 첫사랑과 질투,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은 소설의 화자인 나(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가족과 함께 콩브레에서의 휴가 동안 그의 어머니의 키스를 기다리며 잠들기 어려워했던 밤의 에피소드로 유명합니다. 이 시간 동안 그는 책을 읽으며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콩브레 마을과 그 주변을 탐험하며 다양한 인물들과 만납니다. 그리고 소설의 앞부분에는 "마들렌" 에피소드가 유명한데,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마들렌 쿠키에 차를 담가 먹으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강렬하게 소환되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두 번째 파트에는 스완의 사랑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스완은 파리 사교계의 중요 인물로 등장하며, 그가 오데트라는 여성에게 매료되어 그녀를 향한 집착적인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À l'ombre des jeunes filles en fleurs는 성장한 주인공이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를 경험하면서 사랑과 욕망, 그리고 예술과 문학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은 파리의 사교계와 문화생활에 점점 더 깊이 관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다양한 예술가와 문학가들을 만나며, 특히 작가 베르고트에게 매료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그의 가족은 해변 리조트인 발베크로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이곳에서 그는 여러 젊은 여성들과 교류하게 되며, 특히 알베르틴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은 이 여성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욕망, 그리고 질투의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발베크에서의 경험은 예술과 창조성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더욱 심화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그는 예술이 개인적인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창조적인 과정이 어떻게 자아를 형성하는지를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Greffulhe 백작부인 Élisabeth, Philip de László, 1905,  게르망트 부인 캐릭터의 모델이라고 알려져 있다.




3편 게르망트 쪽Le Côté de Guermantes은 주인공이 파리의 고급 사회로 진출하며, 귀족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의 허상을 깨닫습니다. 주인공의 가족은 파리에서 게르망트 공작가의 저택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점차 게르망트 가문과 교류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그는 귀족 사회의 허영과 표면적인 매너리즘을 관찰하고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됩니다. 주인공은 여전히 알베르틴에 대한 사랑과 질투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의 감정은 시시때때로 변화하면서 그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그녀와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4편 소돔과 고모라Sodome et Gomorrhe는 성적 지향성, 사랑, 그리고 사회적 위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동성애와 그 당시 사회의 태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샤를뤼스 남작의 동성애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됩니다. 샤를뤼스는 사교계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면서도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복잡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의 사회적 위선과 인간 본성의 다양한 측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알베르틴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지만, 샤를뤼스의 동성애적 경향을 알게 된 후 알베르틴에게까지 동성애적 경향이 있는지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질투, 소유욕 등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집착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한층 더 긴장감 있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알베르틴의 일러스트레이션, 프랑스 국립도서관, 파리, 2022년



5편 갇힌 여인La Prisonnière에서 결국 주인공은 알베르틴과 파리에서 함께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이 관계는 주인공의 질투와 소유욕, 그리고 알베르틴의 자유에 대한 욕구 사이의 긴장과 갈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알베르틴을 사실상의 구속 상태로 만들고, 그녀의 행동과 사회적 관계를 모두 통제하길 원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의 중심에는 그녀를 향한 질투심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알베르틴이 다른 이성 또는 동성과의 관계를 맺을까 봐 끊임없이 두려워하며, 이러한 불안은 그녀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 결과 알베르틴은 주인공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는 선택을 합니다. 그녀의 탈출은 주인공에게 큰 충격으로 남았고, 사랑과 소유, 자유에 대한 그의 이해를 재정립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6편 사라진 알베르틴Albertine disparue은 알베르틴이 주인공의 집을 떠난 직후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그녀가 도망갔음을 깨닫고 그녀를 되찾으려고 시도합니다. 알베르틴에 대한 주인공의 추억과 집착이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는 그녀의 사라짐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녀를 추억하며, 그녀와의 관계와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공은 알베르틴에 대한 감정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그는 슬픔, 분노, 그리고 마침내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사랑과 상실, 기억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7편 되찾은 시간Le Temps retrouvé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긴 시간 병상에서 병상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파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는 귀족과 예술가들의 사교 모임에 다시 참석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 인물들과 사회를 목격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과거의 지인들과 다시 만나 추억의 장소에 찾아가면서 시간이 그들에게 미친 영향을 관찰합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겪는 몇 가지 경험을 통해 과거의 순간들이 강렬하게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순간들은 "잃어버린 시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루며, 주인공에게 과거와 현재, 기억과 경험 사이의 연결고리를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예술과 창조 과정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는 예술이 기억과 시간을 재구성하고, 인생의 본질을 포착할 수 있는 수단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시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을 창조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결심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리즈 자체의 창작 과정을 상징하며, 마지막 권의 결말은 이 대작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내적 여정으로 귀결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오디오 북, CD 35장, 프랑스어 버전




이 대작은 2019년 초 ITEM(Institut des textes et manuscrits modernes, 현대 텍스트 및 원고 연구소)의 소스 분석가 피라 와이즈Pyra Wise에 의해 그 규모가 측정되었습니다. 1913년부터 1927년까지 출판된 오리지널 소설을 분석한 것입니다. 소설은 4,215 페이지, 1,231,972 단어, 공백  포함 7,234,875자의 길이였습니다. 이 텍스트를 출력하면 프랑스 출판 기준에 맞춰 출력하면 10km와 316m의 길이가 됩니다. 이 길이는 일반인의 경우 약 2시간 30분을 조금게 걸어야 하는 길이입니다.


작품은 평균적으로 약 43개 단어로 문장들이 이루어져 있지만 가장 긴 문장은 프랑스어 기준 856 단어 (영문 기준 958 단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의 823개 단어로 쓰여진 문장보다 약 23개 단어가 더 긴 문장입니다.


하나 더 재미있는 사실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오디오북 형태로도 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디오북은 총 프랑스어 버전으로는 145시간, 영어 버전으로 153시간이라는 플레이 시간을 가지고 있고, 프랑스어 버전은 총 6명의 전문 성우가 녹음을 했습니다. 프랑스어로 오디오북은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북 듣기

 



쓰는 데 15년,

읽는 데 2개월



프루스트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의 소설을 우리가 매일 2시간씩 읽는다면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약 64일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 됐습니다. 작품을 이런 식으로 읽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지만, 소설 전체를 9번이나 읽은 미국 작가 셸비 푸트Shelby Foote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항상 중요한 일을 마친 후에 나 자신에게 보상을 주었습니다.  저는 자신에게 주는 보상은 항상 동일했습니다. 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저에게 선물했습니다. […] 프루스트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두 달간의 휴가와 같았습니다. 저는 팜 비치에 가는 것보다 이것이 더 좋았습니다.


셸비 푸트, 1989년 7월 16일 셸비 푸트와의 대화에서...




2011년 TV 미니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지금에서 보면 푸루스트를 넘어서는 업적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0년 넘게 연재가 끝나지 않는 작품부터,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 같은 같은 대하소설까지 더욱 거대하고 광범위한 작품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시대에 TV 시리즈 와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은 76시간 이상 동안 79개의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고, 2000년대 초반에 방송된 로스트Lost는 84시간 동안 120개의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서사를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에 130시간, 오디오 북으로 145시간이라는 시간은 오늘날의 미디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텍스트만의 깊이와 통찰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아직까지 그 의미를 잃지 않는 이유는 프루스트가 창조한 문학적 세계에서 펼쳐지는 시간과 기억, 사랑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유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작품이 단순히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형태와 매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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