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예매를 하면서도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겨우 58분짜리 영화인데 3시간짜리 영화와 같은 티켓값을 받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데는 5분 8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이든 아니든 영화 연출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관객을 영화의 세계관 속으로 빨아들일 수 있는 화면, 리듬감 있는 흐름, 적절한 화면 전환과 편집점을 얼마나 신선하고 유려하게 엮어낼 수 있는가? 여기에 있어 <룩백>이 보여주는 연출은 올해 들어 본 영화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화는 매력 넘치고 영화의 이야기에 찰떡으로 붙는다. 화면전환은 매우 과감하면서도 보여줘야 할 장면을 정확히 필요한 만큼 보여준다. 몇몇 장면에서는 그저 화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서사가 흐르고, 기분이 넘실대고, 다양한 감정들이 샘솟는다. 돌아보고 곱씹어도 그 맛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연출이다.
세상을 구하고 우주를 구하는 이야기도 좋다. 하지만 이 땅에 발 디딘 사람들의 작고 소중한 이야기로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겨우 58분이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룩백>에 있어서는 모자라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심지어 상당히 넓은 시간대를 다루는 이 영화가 압축적으로 전하는 두 소녀의 이야기는 가슴 한편을 꽤나 자연스럽게 데운다. 영화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하지도,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지도 않지만 분명히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마음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4컷 만화 한 장이 조용히 그려질 것 같다.
훌륭한 애니메이션에 훌륭한 음악이 붙는 일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룩백>의 음악 또한 훌륭하다. 음악 그 자체만으로 관객의 마음이 움직이긴 쉽지 않다. 하지만 연출과 서사를 완벽하게 보조하는 음악이 영화에 녹아들었을 때 그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렇다고 <룩백>에 굉장히 인상적인 OST가 있거나 클라이막스를 터트려버릴 것 같이 격정적인 배경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렬하지 않아도 음악은 분명히 음악의 역할을 120% 해낼 수 있다. 음악 자체로 주인공인 영화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영화를 완벽하게 만드는 퍼즐로서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 또한 귀하다.
결론적으로 <룩백>이 관객에게 선사하는 58분은 영화가 담아야 할 아름답고 귀한 것들로 가득 차있다. 개인적인 영화 인생에 있어 최고나 최초 같은 거창한 타이틀은 붙일 수 없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분명히 돌아보게 될 영화 중 한편이라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