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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결 May 22. 2023

막바지에 이르러 과정의 시작을 돌아보며 생각한 것

또 다시 마지막에 접어들었습니다

09년 학부 입학 후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공부를 시작한 게 2013년 3월이니 그것도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의사면허를 갖고 산지도 어느새 6년이 지났네요. 그간 생물, 의학, 보건, 경영, 행정 등 여러 학습을 병행하며 나름 배움이 짧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험난한 세상을 헤쳐가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이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음은 미처 일찍 깨닫지 못했습니다. 본업으로 사람구실 하기에 필요한 지식이 모자람은 일찍이 인지하고 있는 바 지식보다는 지혜롭게 나름의 조율을 해왔노라고 자평하지만 그 역시 모자랐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요즘입니다.


어쨌거나 시간이 지나 금년 3월로 전공의로서도 마지막 단계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그저 물 흐르듯 살라는 말에 쉬이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지난날이 그러하지 않았기 때문일 테지요. 일을 만들고 생각 표출하길 좋아하여 일을 더해나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의 종결까지 다소 더딘 부분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 층위의 만남과 회의와 경험으로도 예상외의 시간을 소요했고 때문인지 지적으로서나 생산자로서 게으르게 지냈습니다. 반면, 평생을 함께할 가족 성원으로나 가장으로서 완전히 준비된 사람은 아니나, 동행할 수 있는 분을 만나고자 나름의 애를 썼습니다.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여러 만남과 경험을 한 덕에 배운 점이 있었으나 모든 것에서 배움을 찾고 늘 배우기만 한다는 것, 그리고 이것저것 다 하려는 것이 방황일지 모른다는 지적이 아픈 건 이런 대목에서 그런 점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새 서른셋. 올해 6월 말 경 만 나이 제도 도입으로 공식 연령에 변화가 있다지만 그날이 우연찮게도 또 제 생일이네요. 해서 나이로 큰 변화는 없을 예정입니다. 다만 나이를 떠나 학생, 일반의 또는 전공의라는 피교육자성을 무기로 쉬이 질문하고 쉬이 교류하고 쉬이 의견을 드러냈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소속된 조직의 말단 관리자로서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자이자 대표로서 자리하고 있으니 그 기능을 원활히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과 책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지위를 갖는 건 올해가 마지막일터. 당장 1,2년 뒤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니 이후의 모습이 쉽게 그려진다손 치더라도 다가올 5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을지 쉬이 상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지난 2017년 구입했던 '파이브'를 떠올리기도 했거니와, 국가발전계획 등의 종합계획이 대개 5개년 단위로 수립된다는 점을 떠올려 구태여 5년을 특정해 봅니다).


지난 5년을 수개월 단위로 돌아보면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던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시점에 큰 변화가 있거나, 점진적인 변화가 누적되어 한 순간에 큰 변화가 일어났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속해있는 업계로서도 그렇고, 사회 전반으로서도 그랬습니다. 무관하진 않아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개인의 삶에도 역시 많은 변화가 뒤따랐습니다. 덕분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어떤 순간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함을 경험으로 알게 됐습니다.


동시에 그간 동경했던 분들을 우연한 기회에 직접 만나 뵙고 조언을 들으며, 기회를 청해 특별한 학습을 하는 등의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회와 경험, 그리고 배움을 pay it forward의 자세로 공유해 주신 분들은 일개 개인으로서 뿐 아니라 이미 동종업계 내에서도 iconic 한 자기만의 길을 가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 선험자 선생님들 덕분에 여러 가능한 진로를 비현실적으로 인지하기보다 가능한 선택지로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 감사합니다.


다만 이제는 갈 길을 정해야 하는 때인 바, 전공의로서, 특히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는 진로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선택 가능한 진로는 크게 기관 펠로우 / 기관 촉탁의 / 로컬 연합의원 및 기타 등 일차의료 특이 모델 / 로컬 일반진료 / 로컬 미용 / 그 외 진로 - VC, Startup, 정책기관 정도 일 텐데, 한 편으로 해온 것들과 가장 맥락적으로 상통하는 영역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의 진로를 권면하기도 하지만, 경험이 자산이 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바 선뜻 그 길을 가기에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한 편 다른 혹자는 본인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저를 안타깝게 여길 때도 있습니다. 고로 개인의 외부로서나 내부로서나 탁월한 기본적 해석/분해능력을 함양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겠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의 결단과 선택을 분명히 하기 위한 여러 방면으로의 직면이 보다 중요한 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점차 더 생각하게 된 데 따른 변화였달까요. 여기에 더한 조금의 변화가 있다면 비단 저만의 뜻대로가 아니라 이끄심에 따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어떤 길이든 가야겠노라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경험뿐 아니라 여러 만남을 통해 생각지 못하던 지점에 사고가 다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한 바 4분기에 접어들기 전 여러 선생님을 뵙고 대화 나누고 또 말씀을 여쭈려고 합니다. 진행 중인 논문 및 연구, 학위과정, 진료 등을 이제는 잘 수행하면서 특히 올해 2,3분기는 다른 분들의 귀한 시간을 청하고 또 요청이 있다면 저 역시 시간을 낼 다짐을 해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남은 한 해도 이전과 같이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와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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