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의 끝자락에서 해보는 생각 정리
글을 안 쓴 사이에 어느덧 다음 계절이 왔다. 더우면서도 비가 많이 왔던 여름에도 다양한 일과 사람들을 맞이했고,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을 바라보는 마음가짐도 작년에 비해서 많이 달라졌다. 사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것이, 사실 작년에 가졌던 마음가짐으로 일을 임하기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만큼 규모도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내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마인드셋도 달라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쉬운 건 없지만 말이다.
요즘 일을 하면서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다양한 생각들이 든다. 물론 이전에는 그때의 상황에 따른 고민을 했겠지만, 요즘은 또 다른 고민들을 한다. 아마 올해 말쯤엔 또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지난여름을 돌아보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 그리고 인사 일을 하면서 요즘 느끼는 것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1. 팀으로 일한다는 것
팀으로 일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좋은 팀원을 모시는 것도 어렵지만, 좋은 팀원과 함께 좋은 시너지를 내면서 일을 잘하는 건 다른 차원으로 또 어렵다는 걸 느낀다. 나로 시작된 페이히어 피플앤컬쳐 팀은 올해 초 선영님의 합류로 2명이 되었고, 올해 7월 종훈님의 합류, 그리고 얼마 전 인턴 분의 합류까지 마무리되어 어느덧 4명의 팀이 되었다. 항상 소수로만 일을 하다가 벌써 4명이 된 우리 팀을 보면서 좋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부담도 된다.
좋은 팀원을 모시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 인턴 채용을 진행했는데 수십 건의 이력서와 인터뷰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훌륭하신 분들도 굉장히 많았다. 10명을 인터뷰한다면, 10명의 서로 다른 경험과 매력이 있었고, 그 안에서도 우리 팀에 현재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동료들과 끊임없이 나눴다. 채용도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현재 우리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팀과 시너지를 가장 잘 낼 수 있는 분을 모시려고 하다 보니, 탁월한 경험을 가지신 분이라도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아쉽게 모시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더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합류 이후의 시간이다. 우리와 시너지를 잘 낼 수 있는 동료 분들을 모셨고, 기존의 동료들과 어떻게 함께 일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다. 나 혼자 일할 때, 선영님과 2명이서 일할 때, 그리고 3명, 4명이서 일할 때는 각각 느낌이 정말 다르다. 그 안에서 서로의 강점을 부각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일을 하고 회의를 해야 할까, R&R 분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목표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 등 여러 차원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한 정답은 아직 내리지 못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나는 우리 팀원들의 능력을 믿고, 우리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거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줄이고 싶다. 각자 맡은 바를 잘 수행하고, 협업할 부분은 함께 협업하며, 우리가 앞으로 세울 목표와 방향성에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2. 1on1
직무 특성상 원온원 (일대일 미팅)을 자주 진행한다. 신규 입사자 분들과도 주기적으로 만나고, 기존에 계셨던 분들과도 순차적으로 일정에 따라 만나고 있다. 평소에는 회사에 대해서 얘기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그 시간을 통해서 각 구성원 별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에너지는 들지만 좋아하는 시간이다. 한창 많이 했을 때는 매일 1-2건씩 진행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적절히 일정을 조율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원오원을 많이 진행하면서 느꼈던 건, 모두 같은 회사 사람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것, 그 안에서 고민하시는 것들이 다 다르다는 점이다. 회사의 속도에 대해서 느끼는 것도 다르고, 회사의 문화나 분위기에 대해서 느끼는 것도 다르고, 팀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어떤 팀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이 부분도 회사를 바라보는 데 있어 영향을 많이 줄 것이다.
각자 회사를 다니는 이유도 다르고, 바라는 것도 달라서 사실 어떤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내가 바라는 건 구성원 분들이 원온원 시간 동안 본인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풀고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는 점, 그리고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내가 명확하게 해결해 드리긴 어려울 수 있지만, 내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리더 분들께서도 아실 수 있도록 함께 논의를 한다던가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원오원을 하면 어렵지만 좋은 점은 회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페이히어에 몸담은 지 시간이 꽤 많이 흘러서, 회사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객관성이 이전에 비해 떨어진 것도 사실이고, 그냥 일만 하고 구성원 분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다 보면 우리 회사 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각 팀별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모든 의견을 다 들을 수는 없지만,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문제점을 정의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원오원은 그렇게 해나가기 위한 좋은 시간이다.
3. 리더십, 리더 역할의 중요성
리더십은 원래부터 중요하고 어려운 분야였는데, 요즘 들어 리더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삼 더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각 조직이 커짐에 따라서 그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영향력도 커지는 것 같다.
구성원들이 생각보다 리더를 많이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다. 리더의 역할을 가진 사람이 가진 권한과 역량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주고, 방향성을 잡아주기에 그에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피플 앤 컬쳐 영역을 다루다 보니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면, 이런 실무적인 의사결정 부분은 당연하고, 피플 매니지먼트 측면에서도 역시 구성원들은 리더를 바라보고 기다리게 된다. 특히 아직 경험을 한창 쌓아가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 그런 것 같다.
피플 매니지먼트 측면이라고 하면, 팀원들과 꾸준한 교류와 소통을 하며, 동기 부여를 주고, 고충이나 고민을 들어주며,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 있는지 등의 영역이다. 한 마디로 팀원을 신경 쓰고 있냐는 의미다. 단순히 일을 주고 수행하게 하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실무적인 역량이 뛰어난 것과 피플 매니지먼트 역량은 또 다른 역량이라고 생각하는데, 실무적으로 매우 바쁜 상황 속에서 모든 팀원을 일일이 신경 쓰기란 사실 쉽지 않다. 특히 구성원 수가 많아질수록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리더라는 역할 특성상 신경 써야 하는 영역인 것은 맞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가이드를 드리려고 하고 있다. 물론 지금 우리의 리더 분들께서도 뛰어난 역량으로 잘해주고 계시지만,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구성원이 느끼는 것과 리더가 수행하는 것 사이에 갭이 생길 수 있으니, 그에 대한 준비와 연습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 조직문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의 어려움
‘조직문화’라고 하면, 보통 어떤 느낌이 드는가? 많은 사람들이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사내 행사나 이벤트를 한다던가, 흔히 스타트업에서 볼 수 있는 좋아 보이는 분위기를 만든다던가 등의 것들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옛날에는 그랬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 문화에 관심이 많아 스타트업 업계에 관심을 가진 것도 있다. 대학교 2-3학년 시절 스타트업 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눈에 보이는 자유로운 분위기, 좋은 오피스, 사내 행사 등의 모습을 보고 새로웠던 것 같다.
그런데 조직문화를 다루고 있는 일을 하면서 느낀 건 문화 영역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일단 문화엔 정답이 없다. 나는 우리 회사의 문화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겐 별로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우리에게 맞고,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는 매우 추상적인 영역이라 눈에 보이지 않는다. 행사를 한다고 해서 그게 곧 문화라고 정의할 수 없고, 문화는 구성원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모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물론 ‘우리 회사는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라고 정의해서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조직 내부적으로 체화되어 있고, 구성원들이 공감하며 실천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새로운 사람들이 많아지고, 가치관이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조직 속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문화를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그 과정 속에서 회사의 방향성과 본인의 가치관, 방향성이 맞는다면 가장 베스트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설득의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선택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무수한 회사 속에서 만난 우리들이 그만큼 귀한 인연인만큼, 회사와 본인의 얼라인을 맞추는 과정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회사의 방향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런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도 필요할 것이다.
어떤 하나의 문화를 바라볼 때 그에 대한 시선과 의견은 정말 다양하다. 우리 회사만 해도 그렇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0명인 회사에서는 문화에 대한 얼라인이 잘 되지만, 100명인 회사에서는 얼라인의 끈끈한 정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문화를 유지하고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방향성, 신중한 채용, 리더의 역할, 구성원의 공감 등이 필요할 것이다. 언급한 것들이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요소들 인 만큼, 회사가 커질수록 문화에 대한 어려움은 배가 됨을 느끼는 중이다.
이전 글에서도 간단히 언급했듯이 회사가 강남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물리적인 공간도 많이 커졌는데, 그에 따라서 느껴지는 분위기의 변화도 문화에 꽤 한몫하고 있다. 예전의 오밀조밀한 분위기는 많이 없어졌고, 이제는 어엿한 회사의 모습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구성원들도 많이 느끼시는 것 같더라.
5. 스타트업에서 성장은 정말 중요하다.
스타트업 = 성장이라는 공식은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거나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냉정한 이야기이지만 스타트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아무런 힘이 없다.
요즘 스타트업 업계에서 어려운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구조 조정하는 곳들도 많다는 이야기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이런 이야기들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앞으로 계속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성장의 지표가 더욱더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페이히어라는 회사에 몸담고 있는 이유도 성장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 회사는 회사의 성장과 구성원들의 성장이 일치할 수 있는 곳을 지향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부분을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많이 필요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큰 조직의 문화나 발생 이슈들에 대해서 다룰 수 있게 된다. 회사가 성장하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다루고, 새로운 고민을 하면서 꽤 성장하는 길에 있다고 느낀다.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매우 다른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앞서 언급한 원오원에서, 나는 구성원 분들에게 ‘우리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꼭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가장 자주 나오는 답변 중 하나는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이다. 눈에 보이는 성장이 구성원들에게도 회사의 미래에 대한 긍정성을 가져다주고, 앞으로 더 성장할 회사를 경험할 수 있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한몫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스타트업의 핵심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성장하지 않으면 떠날 이유가 충분히 되는 것이 스타트업이고, 성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목표로 달려야 하는 것이 맞다.
단기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성장에 욕심이 있고, 그 안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회사는 꽤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성장을 위한 길이 정말 쉽지 않다. 내부적으로 정말 많이 고군분투하고, 열심히 빠르게 달리는 중이다.)
여러 가지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 아직 나조차도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팀의 리드 분을 모시려고 다양한 분들이 해오신 경험을 살펴보고 있는데, 내가 그 정도까지 올라가려면 아직도 해봐야 할 것, 고민해야 할 것들이 무수하다고 느낀다.
내가 앞으로 기르고 싶은 건 실무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을 파악하고, 그리고 나의 영역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팀의 방향성을 그리고, 우선순위와 중요도에 따라 팀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여전히 어떤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실행하는 건 쉽지 않다.
인사 일을 하는 것은 참 어렵고, 어떻게 하면 더 임팩트 있는 일을 할까에 대한 생각을 오늘도 하면서 곧 다가올 4분기를 맞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