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유가 결근했다. 희유 입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학교는 아무 일이 없다. 아이들은 수업 대신 자습이 생겼다고 좋아하고 도서관은 조용히 잘 굴러간다. 민영은 요 며칠 희유의 모습이 가라앉았다 생각했다.
[많이 아파요? 병원은 가 보셨어요?]
민영이 톡을 남겼으나 희유는 대답이 없다. 1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많이 아픈가 보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보내는 중이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대출을 하러 온다. 민영이 다 돌려보내며 출입문을 가리킨다.
"도서관 운영 시간 안 보여? 점심시간과 방과 후잖아."
"희유 샘은 그냥 해 주셨어요."
"오늘 희유 샘 안 계셔. 내일 와."
반납 책도 쌓이고 아이들은 투덜거리며 간다. 누구도 몰랐다. 희유가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 응대를 했었다는 것을.
"선생님! 희유 샘 어디 계세요? 오늘 상담하기로 했는데."
"오늘 아프셔서 못 나오셨어. 다음에 와."
"에이... 오늘 꼭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교사가 아픈 것보다 자기 사정이 우선이다. 아무 때나 자기 편할 때 책을 빌리러 오는 것도, 아프다는데 걱정보다는 상담이 먼저인 것도 민영은 마뜩잖다.
점심시간엔 도서관이 아이들로 인산인해다. 책을 고르고 빌리려는 아이들을 그냥 내일 오라고 다 돌려보냈다. 아이들은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그러다 학생 A가 묻는다.
"국어 쌤 왜 안 계세요?"
"아, 진짜 오늘 국어 쌤 못 봤어요~"
"희유 샘 아직 식사 중 아니에요?"
"맞아 희유 샘 먹는 거 좋아하셔."
"선생님 아프셔서 못 오셨어."
잠시 조용해진다.
"응? 국어 쌤이 아프기도 해요?"
"국어 쌤 디게 건강하신데."
"힘도 제일 세신데."
"응? 그럼 우리 알림 누가 해 줘요?"
"내가 해 줄게."
"네~"
민영이 시간을 본다. 언제나 희유가 5교시 5분 전에 목청껏 소리를 높였었다. 갑자기 그 목소리도 그립다. 25분, 민영이,
"1시 25분입니다. 올라가세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워낙 커서 두 번을 외치니 겨우 쳐다보고,
"에이~ 국어 썜 목소리가 최곤데!"
하며 아이들이 올라간다. 별 걸 다 뭐라 하네. 민영도 피식 웃고 수업에 들어갔다. 5교시가 끝나고 오니 반납 바구니에 책이 쌓여 있다. 민영은 책을 반납할 줄 모른다. 문득 희유가 묵묵히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며 희유 책상을 보니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희유가 이뻐하는 12학년 학생이 남긴 메모이다. 민영은 사진을 찍어 희유에게 전송했다.
[선생님 빈자리가 큽니다. 어서 나으세요.]
앞 메시지의 1도 사라지지 않았다. 민영은 왠지 모를 고요를 느끼며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그러다 바람을 느껴 고개를 들었다. 민영은 뭔가 오싹했다. 희유의 책상을 보니 메모가 뒤집혀 있었다. 도서관의 문은 다 닫혀 있고 이 여름에 바람이 들어올 리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