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드디어 ‘팽’ 당하나?

정치와 언론이 싸우면 결론은 토사구팽뿐이다.

by Francis Lee

한국 정치에서 미디어와 권력의 관계는 늘 공생과 긴장의 경계 위에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김어준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라, 진보 진영의 의제를 설정하고 흐름을 만들어내는 ‘확성기’ 역할을 해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과의 관계는 긴밀했다. 주요 인사들이 그의 방송에 출연해 메시지를 전달했고, 때로는 공식 브리핑보다 더 강력한 정치적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역시 후보 시절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관계는 일종의 ‘상호 의존’이었다. 정치권은 지지층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얻었고, 김어준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 관계가 언제까지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시각은 애초부터 순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벌어진 갈등은 그 균열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정부의 민감한 정보가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고, 이를 계기로 민주당 내부에서 공개적인 거리 두기가 시작됐다. 일부 인사들은 더 이상 해당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손절’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정치권은 필요할 때는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지만, 부담이 되는 순간에는 빠르게 선을 긋는다. 과거에도 특정 언론인이나 플랫폼이 정치적 효용을 다한 뒤 주변부로 밀려나는 사례는 반복돼 왔다. 지금 김어준이 서 있는 위치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결별의 시작인지다. 만약 후자라면, 이는 단지 한 방송인의 영향력 축소를 넘어 진보 진영 미디어 지형의 재편을 의미할 수 있다. ‘유튜브 정치’라는 새로운 권력 공간에서 누가 중심에 설 것인가라는 질문도 다시 제기된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특정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메시지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결국 정치 스스로의 리스크를 키운다. 반대로 미디어 역시 정치권력과의 밀착을 통해 얻는 영향력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지금 벌어지는 장면을 ‘팽’이라는 단어로 단순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훨씬 더 오래된 질문이 숨어 있다. 정치가 미디어를 이용하는가? 아니면 미디어가 정치를 움직이는가?


어쩌면 이번 갈등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요할 때는 가장 가까운 동맹이지만, 부담이 되는 순간 가장 먼저 거리를 두는 관계. 김어준과 민주당의 균열은, 한국 정치의 냉정한 본질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김어준이라는 인물의 상징성이 주는 무게가 여전하니 쉽게 팽당하지는 않을 것이니 잡음은 계속될 모양이다. 그러니 아직은 post-김어준을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로 보인다. 그러나 차면 기울고 새 태양은 다시 뜨는 법이니 기다려 볼 이유가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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