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네 눈의 들보를 보아라
부산 세계로교회의 목사인 손현보가 최근 설교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향해 “트럼프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한 발언은 단순한 종교적 의견 표명을 넘어, 역사 인식과 신학적 정합성, 그리고 정치적 윤리의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다. 도널드 트럼프의 전쟁 정책을 옹호하면서 교황의 비판을 무력화하려는 이 논리는, 표면적으로는 ‘역사적 과오’에 근거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왜곡과 선택적 해석 위에 서 있다.
무엇보다 “과거의 죄”로 현재의 발언 자격을 부정하는 논리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손현보는 가톨릭 교회가 십자군 전쟁, 반유대주의, 나치 협력 등의 과거를 지녔기 때문에 오늘날 교황은 도덕적 발언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근본적으로 ‘도덕적 발언권의 소급 박탈’이라는 오류를 범한다. 만약 어떤 공동체의 과거 잘못이 현재 구성원의 발언권을 박탈한다면, 역사적 과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논리라면 개신교도 일제강점기 신사 참배와 전시 체제 협력, 분단 체제 정당화,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 독재 정권 지지 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더 중요한 점은, 가톨릭 교회는 이미 공식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십자군 전쟁과 유대인 박해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참회했고, 이후 교황들도 폭력의 정당화를 부정했다. 이렇게 과거의 죄를 인정하고 성찰하는 공동체는 오히려 더 강한 도덕적 발언 기반을 갖는다.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자격 없음”으로 단정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절반만 사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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